“저기요. 제가, 지금, 상황이.... 생리대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지난 1월 어느 날 의정부역 지하상가. 한 여성 노숙인이 젊은 여성이 지나는 것을 기다리기다라도 한 듯 재빠르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떡진 머리카락에 누더기 차림의 행색, 퀴퀴한 먼지 냄새까지 풍기는 노숙인의 모습 그대로다. 젊은 여성이 상황 파악을 하려고 눈을 크게 뜨자 노숙인은 “며칠째 씻지도 못했어요”라며 부끄러워한다. 젊은 여성은 서둘러 가방에서 생리대 세 개를 꺼내 건네주었고, 노숙인은 소중한 물건 다루듯 안주머니에 깊숙이 넣고 신문지로 몸을 덮은 뒤 어디론가를 향했다.

노숙인이라고 하면 대개 남성을 떠올리지만 여성도 있다. 이들은 남성보다 노숙생활하는데 훨씬 어려움이 많다. 먹고 자는 것에 생리처리까지 기본적인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서울역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40대 초반 여성 노숙인 A씨. 그녀는 얼핏 외관을 보아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취재팀과 만났을 때 A씨는 어눌한 발음으로 "먹고 자는 문제를 떠나 생리할 때마다 난감하다. 어렵게 생리대를 구한다 해도 한 개로 4~5일씩 지내야 한다. 찝찝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생리통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할까. A씨는 “그냥 무조건 참는다. 끼니 때울 돈도 없는데, 약 살 돈이 있을 리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열린여성센터 사회복지사 조아영(43) 씨의 말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들은 남성이 밥을 사준다거나 잠자리를 제공해준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래서 남자처럼 위장하고 다니거나, 고약한 냄새를 풍겨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같은 노숙인 인데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숨어 다니는 것이다.

여성 노숙인은 숙식 문제뿐만 아니라 생리 문제와 성폭행의 위험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것이 현실이다. 여성 노숙인 전용 시설이라고 있긴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서울시 열린여성센터의 정원은 30명이다. 서울시내 여성 노숙인은 줄잡아 1,300명인데, 3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여성 노숙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은 찜질방, pc방, 지하상가, 교회, 빌딩 계단 등을 전전하며 도망쳐 온 거리에서도 숨어 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노숙인은 거리 노숙인과 자활, 일시 보호, 재활 및 요양 노숙인을 모두 합쳐 11,901명이다. 서울시내에만 남성 약 2,742명, 여성 노숙인은 약 694명(2016년 1월 기준)이다. 여성 노숙인이 남성의 24% 수준인 것이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자활정책팀 관계자는 “노숙인 현황 통계는 ‘P.I.T 전수조사 (Point In Time)’와 ‘전국 노숙인 관리시스템’을 통해 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P.I.T란 같은

시간대에 각 지역별로 거리 노숙인을 조사하는 방법으로써 분기 당 한 번씩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 노숙인 관리시스템’은 각 시설에서 노숙인 현황을 매일 올려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거리 노숙인의 경우 눈으로 셀 수밖에 없으므로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열린여성센터는 여성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시설이다. 5층 단독주택이지만 실제로는 3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총 10개의 방이 있으며, 입소 가능한 여성의 수도 3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서울시내 여성 노숙인 수에 한참 부족하다. 이곳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조아영 씨는 여성 노숙인들이 겪는 말 못 할 어려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에 따르면 3개월째 열린여성센터를 이용 중인 노숙인 B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 그런데 B씨는 다른 여성 노숙인들의 시샘을 받고 있다. 시설이 좁아 한 방에 3명씩 지내게 되는데, 모자 가정은 다른 노숙인들과 분리되어 한 방에서 따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아영 씨는 “노숙인이라고 해서 낯선 사람들과 한방에서 지내는 걸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실제로 공동생활 때문에 갈등이 생겨 시설을 떠나는 여성 노숙인도 많다”며 시설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성 노숙인 전용 시설 중에는 열린여성센터와 같이 오래 묵을 수 있는 시설이 있는가 하면, 응급 보호 성격의 단기시설도 있다. 서울에 위치한 디딤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디딤센터는 여성 노숙인을 응급 보호 후 다른 보호기관으로 연계해주는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 노숙인 일시 보호시설이다.
 디딤센터 사무국장 오소영 씨는 “여성 노숙인은 항상 존재해왔는데, 얼마나 관심을 갖고 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며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가 언론에 조금씩 노출되면서 작년에 공동모금으로 생리대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관심을 두다가도 금방 식어버리고 만다. 평소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신한대  언론학과 정현용 이예지

정현용 이예지  mariology@naver.com yds03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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