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9시 43분,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에 내린 대학생 권아린씨(21·여)는 1호선 45분(소요산행)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허겁지겁 달린다. 헉헉 거리며 열심히 계단을 올라갔건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열차가 아니라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다. 전광판을 보니 열차는 아직도 4 정거장 전인 녹천역에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권씨는 초조감을 이기지 못해 친구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낸다.

 “나 또 1호선 때문에 수업에 늦는다”, “교수님이 연착증 받아주시려나...”

 지하철 1호선으로 통학하는 대학생이라면, 권씨 같은 낭패를 한 두 번 겪는게 아니다. 서울에서 의정부로 들어오는 첫번째 역인 망월사역(신한대역)에선 일주일에 한 번꼴로 지하철 연착이 발생한다. 등하교때마다 이 역을 이용해야 하는 신한대 학생들은 지하철 연착으로 인한 지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특히 오전 9시 48분(소요산행)에 망월사역에 도착예정인 K44 또는 K48 열차의 연착이 잦다. 이 시간대는 배차간격이 14분으로 늘어나 열차가 10시 34분, 10시 48분, 11시 03분 순서로 망월사역을 도착한다. 대학의 전공수업이 주로 오전 10시에 시작하기에 학생들은 9시34분과 48분 도착예정인 열차를 선호한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열차가 가장 빈번한 연착으로 피해를 주는 셈이다. 이들에게 연착은 이제는 익숙할 법 하지만 정시에 운행되지 않는 열차 시스템에 화가 많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2018년 6월 12일,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발급된 K44 열차에 관한 지연증명서이다.

 학생들은 망월사역에 내려 연착증을 요구한다. ‘연착증’은 전동열차가 지연되었음을 증명해주는 서류로 예정시간에서 5분 이상 지연되면 역 사무실에서 조건 없이 발급해준다.

 망월사역에 따르면 학생들이 등교하는 평일 기준 2번 출구에서 10장, 3번 출구에서 20장 총 30 여 장이 발급된다고 한다. 연착증을  발급해주기 위해 ‘망월사역’이 찍힌 지연증명서를 그의 서랍 첫 번째에 빼곡이 비치해놓고 있다. 발급할 때마다 시간, 열차, 날짜를 빈 공간에 수기로 채우는 방식으로 이용객에게 제공된다.

 연착증은 단순한 형식의 증명서로 학교(수업학적팀) 측은 지각에 관한 증빙서류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는다. 단지 교수 재량에 따라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은 어떻게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연착증을 받아 제출한다. 

 글로벌관광경영학과 박혜미(30대·여) 강사는 “내 수업이 주로 오전에 시작하는데 학생들이 연착증을 많이 가져온다"며 "연착을 감안해 더 빨리 출발하면 지각하지 않겠지만,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이해도 된다"고 말했다. 만약 지연이 잦은 열차를 피해 더 일찍 열차를 타게 되면 수업시간보다 40분 먼저 도착할 수 있어 학생 입장에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코레일은 지연운행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의 개인이 잘못하거나 해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지금으로선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망월사역측은 “1호선은 하나의 선로로 이루어져 열차들끼리 선로를 통합하다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일도 많고, 이용객의 무리한 승하차 문제로 지연되는 일이 많다. 특히 K44 열차는 등교하는 학생들로 이용객들이 늘어나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역에서도 연착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 학생들이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코레일에서 발표한 2017년 역별 승하차인원 현황에 따르면 하루 동안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의 수는 8,974명이다. 이중 2,000 여 명이 신한대 1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신한대 학생의 3분의 1가량이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등교하고 있다. 

유나현 기자

학생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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