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한상현(21) 씨는 학업과 인간관계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다 가까운 ‘플랜테리어’카페를 찾는다. 한씨는 “카페 내부가 식물로 이루어져 있어 미세먼지가 많은 바깥보다 훨씬 쾌적하다”라며 “두통도 완화되는 것 같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라고 말했다.

‘플랜테리어’는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로 실내를 꾸밈으로써 공기정화 효과와 심리적 안정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인테리어이다. 플랜테리어 카페 또한 ‘케렌시아’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플렌테리어카페 ‘숑디인오하라’

2018 새로운 소비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인 ‘케렌시아’.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8년 소비 트렌드 중요 키워드로 ‘케렌시아’를 꼽았다. ‘케렌시아’(querencia)는 투우장의 소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을 말하는 스페인어다. 최근에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나만의 휴식처를 찾는 현상으로 불리고 있다. 현대인들이 ‘케렌시아’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서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한국은 터키(38위)와 멕시코(37위)에 이어 36위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삶의 질이 낮은 현실에 스트레스를 풀고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카페에서부터 점차 확대되고 있다. 원래 카페는 사람들의 대화의 장소였지만 요즘은 혼자 힐링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책맥 카페가 그중 하나다. 책맥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려는 욕구를 반영한 이색 카페다.

 현대인들의 휴식은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점심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패스트 푸드’(Fast food)처럼 짧은 시간 안에 휴식을 취하는 것을 ‘패스트 힐링’(Fast healing)이라고 한다. 수면카페는 ‘패스트 힐링’의 대표적 사업이다. 수면카페는 음료 한 잔과 안마의자를 한 시간에 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 점심시간 1시간가량 짧은 수면을 하러 오는 직장인들로 자리가 없을 정도다.

케렌시아의 특징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나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 곳이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학교 셔틀 버스를 타고 왕복하는 대학생 정효원(21)씨는 집에서 못잔 잠을 셔틀버스에서 1~2시간 정도 자면 집에서 잔 것보다 훨씬 개운해 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케렌시아’가 올해 중요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숨 돌릴 틈조차 없이 내달려야하는 경쟁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형태로든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케렌시아’의 포인트이다.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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