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물가 시대. 학교 앞 식당 가격은 오르고,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하기 힘든데, 청년들의 지갑은 텅 비어만 간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북부의 중심 도시 의정부에도 고물가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착한 가격'을 유지하여 청년들의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가게들이 있다. 이런 가게들도 결국 정보가 있어야 찾아낼 수 있는 법.  가상의 청년 나잘난(24세)씨의 하루를 통해 지갑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가게'들을 찾아보고, 의정부 중심지에서 현명하게 먹고 노는 법을 알아보자.

   1. 오전 10시 00분.

  아침식사 : 홍두깨 손칼국수

  - 경기 의정부시 시민로143번길 28

 조조영화를 보고 나온 나잘난씨는 아침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건 저녁이었는데, 외출하는 김에 일찍 나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을 그만 조조영화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지갑 사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약속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떠있다.

 다행인 것은, 나잘난씨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의정부에서만 살았다는 것이다. 나잘난씨는 어릴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종종 찾아갔던 국수집으로 향했다.

 홍두깨 손칼국수의 가격은 손님이 파격적으로 싸다. 기계도 아니고 손으로 직접 썰어낸 면을 사용하는 칼국수가 이 가격에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양심을 잃은 음식점이 기승을 부리며 음식 가격이 저렴하면 되려 의심하는 풍조가 생겨났지만, '홍두깨 손 칼국수' 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다. '오픈 주방'을 채택하고 있어 조리 과정이 손님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지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주방을 통해 반죽부터 시작해서 직접 면을 썰고, 야채를 손질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2. 오전 11시 00분. 

   커피 : 카페 가비 
 - 경기 의정부시 태평로63번길 5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 중 한 곳인 한국의 커피 소비량은 1인당 하루 2잔이다. 나잘난씨는 자신 역시 한국인이라는 것을 통감하며 커피를 찾아 나섰다.

 단순히 식후 디저트로 커피를 먹으려는 목적만 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무난한 곳이 카페이기도 했고, 무더운 햇빛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카페 가비'는 독특한 곳이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의 이 카페는, 가게를 둘러 보기만 해도 정말 커피를 좋아해서 차린 가게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진하기 수준까지 정할 수 있다. 일단은 더치커피를 전문적으로 하지만, 일반 커피 역시 뛰어난 향을 자랑한다. 사장님이 잘 생긴 것은 덤이다.

   3. 오후 12시 00분.

   만화카페 : 빅잼

   - 경기도 의정부시 평화로 542번길 13

 커피가 아무리 좋아도 카페에서 몇 시간을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나잘난 씨는 시간을 때울 다른 장소를 찾아 다리를 움직였다. 평소 만화를 즐겨보던 그가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곳은 바로 만화카페였다.

 ‘빅잼’은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만화카페다. 외부 음식 반입이 자유로워 테이크아웃 된 커피를 들고도 입장할 수 있고 , 무엇보다 다른 만화카페들 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보통 만화카페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담 없이 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 휴대전화 이용자를 위한 콘센트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고,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4. 오후 2시 00분.

   점심식사 : 신쉐프 - 요리의 신

   - 경기 의정부시 태평로 67

 아침을 먹은 지 4시간. 출출함을 느끼고 만화카페를 나선 나잘난씨는 도로변에 접한 작은 가게에 들어갔다. 미리 정보를 알고 찾아간 다른 가게와는 달리 무작정 들어간 곳이었지만, 사장이 자신의 얼굴을 간판에 걸고 장사하는 가게라 믿음이 갔다. 특히,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가게에 들어선 나잘난 씨를 맞이한 것은 한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큰 김밥이었다.

 ‘신쉐프-요리의 신’ 은 ‘많이 팔수록 손해라서 가게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사장님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의 작은 가게다. 좌석이 6석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고 앉으면 사장님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렴하고 양이 많다. 맛은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기본은 보장된다. 우동, 돈까스, 초밥 등 일식류를 주로 판매하며, 특히 모둠초밥은 4,900원에 10피스라는 압도적 가성비를 자랑한다. 자리가 협소하여 지인과 함께 가기엔 힘들고, 혼자 식사를 해결하기에 좋다. 포장이 가능하니, 지역 주민은 포장해서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5. 오후 2시 30분.

   놀이 : 아이존팝 의정부점

   -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536번길 5 2층

 혼자 밥을 먹고 나오는 나잘난씨에게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 중 한명이었는데, 나잘난씨가 혼자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 일찍 나왔다는 것이다. 친구에게는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있었다.

 아이존팝은 시간제로 운영되는 오락실로, 시간당 금액만 지불하면 비치된 게임기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요즘 오락실이 게임 한판에 500원 정도를 요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중 VR게임도 있다는 것이 차별성을 불러온다. 통상적인 VR 체험장이 1시간에 1만 8천원 가량을 요구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 된다.

   6. 오후 7시 00분.

   저녁식사 : 성원통닭

   - 경기 의정부시 태평로 89

 약속시간이 다 되어 오락실을 나온 나잘난씨와 친구는 곧 다른 친구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로 술을 마시려 가려 했으나, 빈 속에 술을 먹는 것은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아 저녁을 해결할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주말 저녁은 역시 치킨이라는 의견에 따라 나잘난씨 일행이 향한 곳은, 의정부 제일시장 안쪽에 있는 통닭골목이었다.

 ‘성원통닭’은 통닭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벌써 20년째 한 자리에서 장사중인 가게로, 지역 주민들은 의정부 부대찌개보다 이 통닭이 맛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성원 ‘통닭’이지만 평범한 후라이드/양념 치킨도 판매하는데, 특히 후라이드/양념 치킨은 성인 남성 세 명이 먹을 양이 나온다. 치킨 구매시 서비스로 나오는 염통 튀김과 모래집 튀김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보통 가성비가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직접 가마솥에 튀겨 나오는 닭의 맛은 그런 편견을 깨트린다. 기름도 깔끔하며, 염지 역시 적절하게 되어 있다. 손님이 많아 재료 회전이 뛰어나기에 재료가 신선한 것도 이득이다.

 7. 오후 8시 00분.

   음주 : 의정부 퍼플헤이즈

   - 경기 의정부시 행복로 24-1

 치킨을 다 먹고 난 나잘난씨 일행은 마침내 당초 약속한 목적이었던 술집으로 향했다. ‘부어라 마셔라’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 싶었던 일행은 조금 비싸더라도 조용한 술집으로 가자고 결정하고 작은 동네 바(Bar)로 향했다. 바는 일행이 원하던 분위기를 충족시키면서 매우 저렴하다.  '퍼플헤이즈’에서 칵테일 한 잔은 5,000원이다.

 병 단위로 주문해도 괜찮다. 주류를 병으로 주문할 경우 10,000 ~ 15,000원 상당의 안주를 무료로 준다. 평범한 바와 비교하면 2만~3만 싼 값에 안주까지 무료로 제공받는 셈이다. 조용한 분위기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은 덤이다.

 나잘난씨의 하루는 이렇게 끝이 났다. 물론 나잘난씨가 방문한 가게들만이 ‘착한 가게’인 것은 아니다. 찾아보면 더욱 많은 ‘착한 가게’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착한 가게’ 찾기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오늘날, 나잘난씨는 독자 여러분에게 쓸모있는 정보가 되기를 바란다.

박현규 양성진 기자

학생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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