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한 구절이다. 일반적으로 소풍과 연상되는 이미지로는 즐거움, 설렘, 여유 등이 있다. 2012년 출범한 의정부시의 대표 관광자원 ‘소풍길’도 같은 맥락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시에서 화자가 아름다운 세상을 ‘소풍’에 비유한 것처럼 ‘어릴 적 소풍을 떠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의정부 곳곳을 여유롭게 느끼자’는 취지다. 소풍길은 의정부시 한 바퀴를 둘러가는 일종의 자연 및 문화 탐방로이다. 의정부 시민은 물론이고 의정부를 찾는 관광객들도 자주 이용하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대로변 상가 울타리에 부착되어 있는 소풍길 표지판.눈에 잘 띄지 않아 표지판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태반이다.

그러나 소풍길이 마련된지 6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소풍길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풍길이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의정부시 민락동에 거주하는 황희성(25)씨의 말이다. 그는 “평소 걷기를 즐겨하여 소풍길 전 구간 탐방을 목표로 한 적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 지를 확실히 알지 못해 중간에 그만 두고 말았다.”며 “소풍길인줄 알고 걸었더니 북한산 둘레길이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탐방객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소풍길 내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기가 힘들다. 북한산 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이 많은 대구간 1~2코스(명상의 길/하늘전망대 길)와 시내 곳곳으로 퍼져나가 갈림길이 많은 소구간 1~3코스(행복길/쌍둥이길/맑은 물길)가 특히 그렇다. 

의정부동에 거주하는 강세미(18)양은 “친구들끼리 소풍길 탐방을 나선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안내판이 없어 계속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길을 찾아야 했다. 지도상에 표시된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친구들과 소풍길을 자주 걷는다는 그녀는 이왕 만들어진 길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몇몇 구간은 공사로 인해 길이 끊겨 있다. 이정표도 없어 초행길에는 길을 알기 어렵다.

실제 소풍길을 직접 걸어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일부 구간에서 발견된 안전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소풍길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길이 끊겨 차도를 관통하는 구간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지점과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소풍을 나오기에는 그리 안전한 것 같지 않다.” 

 강성준(71) 씨의 주장이다. 자금동에 거주하는 강 씨는 손녀와 함께 소풍길을 산책할 때마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일부 구간이 공사로 인해 통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위험한 자재들이 여기 저기 쌓여 있는 것은 물론, 공사로 인해 길이 막혀있거나 우회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이러한 부분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말했다. 공사하기 전에 있던 이정표를 대체하는 임시 간판이라도 세워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환경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산 둘레길과 중첩되는 1~2코스(명상의 길/하늘전망대 길)는 개울이나 습지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널때 물에서 썩은 냄새가 올라온다.

 평소 이 코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등산객 박수민(54) 씨는 “여름이 되면 온갖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특히 모기가 굉장히 많다. 모기가 달라붙는 것이 싫어서 산책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좌측의 현충탑 표지판(8.1Km)을 따라 올라가면현충탑(9.1Km)표지판이 나와 이정표가 잘못 되었음을알 수 있다. ⓒ의정부시 블로그

제 3코스 불로장생 길 일부 구간에는 이정표의 거리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첫 번째 사진의 이정표에는 현충탑까지의 거리가 8.1km로 표기되어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 올라가면 두 번째 사진의 이정표가 등장하는데 현충탑까지의 거리가 8.1km에서 9.1km로 오히려 늘어나 있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걸어왔음에도 목적지에서 더 멀어졌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정표가 이용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화장실 안내판을 찾기도 어렵다. 명상의 길과 같은 코스를 지나는 북한산 둘레길은 화장실 위치와 다음 화장실까지의 거리가 곳곳에 안내되어 있다. 반면 명상의 길은 화장실 안내판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산길 특성상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데 표지판마저 없으니 이용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행복과 여유,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소풍길이 불편한 길이 되어버렸다. 소풍길이 이름 그대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길이 되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탐방로의 이름을 따온 천상병 시인의 시에서 말하듯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는 길 말이다.

  박현규, 임미혜 기자

학생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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