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선이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그게 다시 생기면 장거리 통학생들은 엄청 좋아할 텐데요.”

 신한대 뷰티헬스학과 1학년인 장유진씨는 현재 일산 고양에서 의정부로 통학하는 ‘장거리 통학생’이다.  버스로 대화역까지 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이동,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 망월사역(신한대역)까지 온다. 집에서 나와 학교까지 오는데 2시간이 걸린다. 유진 씨는 오전 9시 강의 있는 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그래도 서둘러 준비해서 나가려다보면 “아침 먹을 시간도 없다”며 “매일 아침이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교외선에 대해 설명해주자 “그렇게 좋은 게 왜 사라진 거예요?”라고 물었다.

 교외선(郊外線)은 경기도 고양시 능곡역과 의정부시 의정부역을 잇던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노선이다. 1963년에 개통해 운영하다 2004년 4월 중단됐다. 당시 능곡, 대곡, 원릉, 삼릉, 벽제, 일영, 온릉, 송추, 의정부역 등이 있었으나 경의중앙선 능곡역과 대곡역, 1호선 의정부역을 빼면 모두 폐역이 됐다. 운영이 중단되기 전 원릉, 벽제, 일영, 장흥, 송추역 등은 자연 경관이 빼어나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곳이고, 교외선 철도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가장 낭만적인 여행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교외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송추역만 해도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공터를 뒤덮고 있고 곳곳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대합실 벽, 먼지만 쌓여가는 의자들, 오랫동안 방치 되었는지 녹이 슨 컨테이너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조용히 묻혀가고 있다.

▲ 송추역에 방치되어 있는 낡은 컨테이너들. 왼쪽이 2014년. 오른쪽이 2018년 모습으로 4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 신대현 기자

 교외선 단절은 여러 문제들 야기했다. 그 중 하나가 교통편이다. 당시 하루 3대 운행되던 교외선을 타면 일산 능곡에서 의정부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없이 교외선이 끊어지면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서울 도심을 지나야 하는 불편이 초래됐다.

양주시 “각종 규제와 안보로 희생당해… 교외선 즉시 재개통해야”

 양주 시민들의 불만도 크다. 군사보호구역이라고 해 개발제한을 당해온 양주 서부지역은 철로마저 폐쇄돼 이중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교외선 인근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장흥역 주변에 거주하는 박점순 할머니는 “예전에는 (교외선)이용객들도 많았고 강의를 들으러 오는 대학생들도 많았다”며 “열차 운영이 중단되고 나서 사람들의 발길이 아예 끊어졌다”고 말했다.

 송추역 인근도 썰렁해졌다. 교외선이 운행되던 때는 훈련을 마친 예비군들과 관광객들로 붐볐으나 철로 폐쇄 이후 대부분 문을 닫아 한두 군데만 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이곳에서 족발·보쌈 음식점을 하는 한 상인은 “이쪽 골목이 교외선을 드나드는 출구였다”면서 “나름 번화가였고, 아파트도 짓고 있었는데 폐역이 된 이후 공사가 중단되어 지금은 흉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외선을 재개통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꾸준히 일고 있다. 

 양주시민들은 2011년 10월 ‘양주 시민 걷기 대회’와 2013년 11월 ‘범 시민대회’, 지난해에는 ‘우이령길 범 시민 걷기대회’를 통해 교외선 재개통을 원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양주시 백석읍에 사는 우중욱 씨는 “교외선이 다시 개통돼 경기 북부가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 낙후된 지역도 발전하고, 휴양도 자주 갈 것 같다”며 "학생들 통학도 훨씬 원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15년 10월에 진행한 ‘Go, 장흥 페스티벌’ 포스터. 장흥 일영터널 일대에서 교외선 부활의 염원을 담아 ‘양주 시민 걷기 대회’도 개최됐다.

▲ 송추역으로 향하는 입구. 주변 인근 상가와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신대현 기자

교외선 재개통을 바라는 것은 의정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의정부시 임현일 변호사는 “의정부, 양주 지역은 도시 내부의 교통망보다는 도시와 도시간의 중거리 교통망 확립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복선전철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보았다.

▲ 의정부 신촌사거리 선로의 모습. 선로 옆으로 경민대학교가 보인다. ⓒ최란 기자

 단선철로를 복선철로로 만드는 ‘복선전철화 사업’은 단선에 비해 선로 용량이 크므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현재 의정부역과 가능역에는 교외선을 위한 플랫폼이 설치되어 있고, 의정부시 신촌사거리에서 경민대학교까지 1.5km는 이미 복선으로 철도가 부설되어 있다. 즉, 나머지 구간만 복선전철화하고 역을 설치하면 되므로 “사업비도 줄이고 편익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의정부시 구간만 복선전철화 하면 이후의 교외선 전체 구간의 복선전철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의정부와 양주 주민이 고양시는 물론 서울 서부지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기자

신대현 최란 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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