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사역 3번 출구.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이런 곳에 가게가 있을까 싶은 곳에 허름한 꼬치집이 있다. 저녁 6시. 하나 둘 손님들이 들어가고 삼삼오오 모여 술한잔에 가볍게 꼬치를 먹는다. ‘미스터 꼬치’는 그런 곳이다. 주민들과 신한대 학생들이 한 잔 하고 가는 이 동네의 아지트같은 곳. 그런 ‘미스터 꼬치’의 미스터가 바뀐다. 가게 주인 박기영씨가 미스터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가게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던 어느 날 자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시작하는 자영업에 걱정이 많던 그때 망월사역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의 안내로 지금의 가게근처에 왔다가 덜컥 상가계약을 한 것이 ‘미스터 꼬치’의 시작이었다.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 자리가 협소한 탓에 꼬치를 포장해서 파는 형태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포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손님들과 주변 상인들의 조언으로 술을 함께 팔기 시작했다. 때때로 술 취한 손님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한 해 두 해 장사를 이어가면서 그는 힘든 것 보다 손님들을 지켜보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간 ‘미스터 꼬치’를 찾는 손님들은 그에게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남겼다. 어느 여자 단골손님은 언니와 동생이 함께 와 술이 취하도록 먹고는 "사장님 마음에 든다"며 전화번호까지 따갔다. 그런데 다음날 술이 깨고 나서는 쑥스러웠던지 아예 발길조차 끊어버렸다. 사장을 가운데 두고 어느날은 서로 '자기 소유'라고 싸우다가 어느날은 서로 아니라고 다시 싸우는 손님도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은 ‘미스터 꼬치’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학생 커플이다. 신한대 유아교육과 여학생과 식품영영학과 남학생은 ‘미스터 꼬치’의 단골이 되기 전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좁은 가게에서 마주치는 남녀 학생은 가게 주인에게 넌지시 상대에 대해 물어보고 은근한 호감을 보였다. 이를 눈치챈 박기영 사장은 두 청년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미스터 꼬치를 사랑의 오작교로 삼아 둘은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취업을 해 학교를 떠난 지금도 종종 미스터꼬치를 찾아 인연의 시작을 회상하곤 한다. 

 박 사장은 "그들이 가게에 들러 웃으며 인사할 때면 가게를 연 보람을 느끼며 마음 한 켠에 뿌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미스터 꼬치’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그는 또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곳 생활도 오래하다보니 어느덧 매너리즘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미스터 꼬치를 이어갈 사람을 찾고 있다. 꼬치가게를 하겠다는 차기 '미스터'가 나타나면 가게를 넘긴 후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5년간의 ‘미스터 꼬치’를 정리하며 그는 자주 찾아온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찾아와주고 맛있게 먹으며 즐겨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 모두 잘되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미스터 꼬치’의 미스터는 떠나지만 꼬치가게는 변함없이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함수민 기자  robo03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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