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상' 의정부 흥선점에서 자원봉사중인 최순자(왼쪽)씨와 이상순(오른쪽)씨가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박성민 기자)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나는 요즘, 의정부 흥선동에는 3천원으로 푸짐한 김치찌개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지난 11월 23일, ‘따뜻한 밥상’ 의정부 흥선점에서 그동안 언론사 인터뷰 요청에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는 자원봉사자 최순자(71)씨와 이상순(72)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의정부 따뜻한 밥상은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서 지난해 방영된 ‘청년 밥상 문간’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보통 ‘청년 밥상 문간’이라고 하면 대중들의 눈에는 오직 ‘청년’만 올 수 있는 곳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도록 ‘따뜻한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꾼 것”이라고 최순자(71)씨는 말했다.

의정부 따뜻한 밥상은 서울 성북구 1호점에 이어, 은평구에 2호점을 차린 최원영 목사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않는 따뜻한 밥상의 특성상, 주로 목회자들과 그 주변 지인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가게를 운영하면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따뜻한 밥상 흥선점의 자원봉사자는 최씨와 이씨를 포함 3명이며, 모두 서울이나 파주에 거주한다. 오로지 따뜻한 밥상 운영을 위해 일주일에 3일 정도 이른 아침부터 의정부로 향한다고 한다.

'따뜻한 밥상'의 단일 메뉴 김치찌개 (박성민 기자)

 따뜻한 밥상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김치찌개에는 김치,두부,떡,파,고기 그리고 매일 끓여낸 육수가 들어간다. 또 원하는 만큼의 토핑을 추가하여 취향별로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이 가게의 장점이다. 이상순씨는 “김치는 가정에서 물을 넣고 조리하는 일반 김치찌개와 달리 숙성을 시킨 뒤 따뜻한 밥상만의 양념장을 넣어 조리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얼마나 될까. 최순자씨는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반부터 3시까지인데 40~50명 정도 된다”며 식재료와 사전준비를 위해 영업 두 시간 전부터 나와 오픈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제일 바쁜 시간으로는 점심시간을 꼽았지만,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도 틈틈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도 말했다.

'따뜻한 밥상'의 메뉴판 (박성민 기자)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벽 한쪽면에 ‘비빔밥’이라는 메뉴판이 붙어있던 것. 저 메뉴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최순자씨는 사연 하나를 꺼내놓았다.

 최씨는 “우리 따뜻한 밥상에 매일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 여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일 김치찌개만 시켜먹는 것을 보니 안타까워서 다른 메뉴를 고민하다가 단독 메뉴인 ‘비빔밥’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비빔밥 가격은 역시 일반 3,500원, 계란프라이+고기 추가 5,000원으로 저렴하다.

 최씨가 여름 계절메뉴로 생각했던 비빔밥은, 겨울에도 찾는 손님들이 많아 이제는 고정메뉴로 자리잡았다. 실제 인터뷰가 진행된 이 날도 김치찌개가 아닌 비빔밥을 찾는 손님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식후 커피를 즐기는 청년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핫 아메리카노 역시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 취지는 좋지만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일까. 이상순씨는 기자가 먹은 김치찌개를 가리키며 “우리끼리 이 찌개 팔면 이윤이 200원 남는다고 한다”고 웃었다. 따뜻한 밥상은 영리와 이윤을 추구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순자씨는 “처음 가게를 열었을때는 연신내에 계신 대표 목사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현재는 사회적협동조합 후원자들의 후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밥상'의 운영 목표가 적힌 글귀의 모습 (박성민 기자)

 밥상을 제공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묻는 질문을 던지자 최순자씨의 표정이 밝아졌다. 말문 떨어지자마자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는 최씨는 “운영을 시작한 뒤 초창기부터 일주일에 5~6번 정도 거의 매일 방문해 점심을 먹는 청년이 있는데, 그런 손님들을 볼 때 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게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은 ‘건강’이다. 현재 자원봉사자 세 명이 모두 70대 고령인데, 다른 따뜻한 밥상과는 달리 자원봉사자 수가 적어 일주일에 3번씩 가게에 나와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일손도 달리다보니 힘도 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서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최씨는 “젊은 자원봉사자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와서 운영을 도와줘도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 한켠 보드마카에 쓰인 [자원봉사자 모집]이라는 문구에 대한 간절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곳 따뜻한 밥상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최씨와 이씨는 “보통 따뜻한 밥상이라고 하면 음식이 저렴하니까, 일반 대중분들은 우리가 저기 가도 되나? 나라에서 도와줘서 하는건가?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며 "사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를 하신 분들중에서 먹은 비용보다 더 지불하고 가시는 분들이 있다”며 그 수익금을 모아 지역에 어려운 분들을 위해 동사무소 차원에서 따뜻한 밥상 무료 이용 쿠폰을 지급한다고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든, 넉넉하지 않든 따뜻한 밥상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사업 운영하는 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해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따뜻한 밥상’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특성상,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다. 경기북부 의정부에 소중한 점포가 있는 만큼 의미있는 일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운영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 일요일은 휴무.

전화 / 010-7447-3541

따뜻한 밥상 [의정부 흥선점] 자원봉사자 상시 모집중

박성민 기자  smsky1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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