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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마저 잊혀질 위기경기 포천 삼풍 참사 전시관, 원인 불명 장기간 방치
4년전 제작한것으로 보이는 삼풍백화점 참사 사진자료 뒤로 어렴풋이 삼풍 참사 전시관 팻말이 보인다 (박성민 기자)

1995년 6월 2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믿기 힘든일이 벌어졌다. 당대 최고 호화 백화점으로 꼽히던 백화점 건물 동 하나가 한순간에 샌드위치처럼 무너져 내린 것이다. 502명의 사망자와 1,000 여명의 부상자를 낸 역대 최악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다. 사고 원인은 부실공사와 부실관리.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안 되어 일어난 참사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안전에 대한 인식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삼풍백화점 참사가 점차 잊혀져가던 2019년, 참사 당시 특별대책점검반을 꾸렸던 이종관(81)씨가 경기도 포천에 사비를 털어 ‘참사 전시관’을 마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씨는 "삼풍참사가 잊혀져가는 현대사회에서 후대 건축인과 기술인들에게 참사의 기록을 보여주어 두 번 다시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게 인생의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삼풍 참사 전시관'을 검색해보면 누리꾼들이 개개인의 블로그에 전시관을 방문하여 이씨에게 참사의 전반적 원인과 사건의 대한 내용을 들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글의 게재일이 1년도 더 오래된 것이다. '삼풍 참사 전시관'에 대한 내용은 1년 이상 업로드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마지막 블로그 글에서 단서를 찾고자 했다. 이 글에는 1년 365일 무료로 운영되는 삼풍 참사 전시관 해설을 들으려면 이씨의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씨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기자는 이씨의 휴대폰으로 통화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무슨일인지 휴대폰은 사흘 내내 꺼져있었다. 전시관 바로 옆, 함께 운영되고 있다던 카페의 연락처로도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는 통화 기계음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카페 초입에 설치된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기록전시관' 팻말의 모습 (박성민 기자)

의문투성이인 점들을 뒤로하고 결국 기자는 '삼풍 참사 전시관'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삼풍 참사 전시관은 의정부와 포천의 경계선, 최근 SNS 떠오르고있는 포천 고모리 카페거리 부근에 위치해있었다. 카페 초입에 도착하자 마당에 드넓은 주차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카페에 방문한 차량이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인기척또한 느껴지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굳게 닫혀있는 카페 출입문의 모습 (박성민 기자)

카페 입구로 서서히 올라가자, 카페 출입문에는 한창 영업중이어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CLOSED] 라는 팻말만에 외로이 걸려있었고, 카페 내부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우유와 각종 잡동사니들이 뒤섞여 널려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삼풍 참사 전시관'쪽으로 이동하자 사람 손을 탄지 오래되어 보이는 테라스에 색 바랜 담배꽁초들과 거미줄이 가득했다. 삼풍백화점 건설 당시의 문제점과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사진 자료들은 때가 타거나, 오랜시간 색이 바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에 이른 것도 보였다.

오랜시간동안 사용하지 않은것으로 보이는 테라스와 담배꽁초들 뒤로 색이 바래버린 '삼풍 참사'의 사진 자료들이 보인다 (박성민 기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색이 바랜것으로 보이는 사진자료 (박성민 기자)

다시 카페 입구쪽으로 내려와보니 그제서야 '건물 임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길 바로 건너편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임모씨(64)에게 전시관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임씨는 "전시관장님이 어디갔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카페와 더불어 전시관을 운영 안 한지 꽤 오랜시간 지났다"고 말했다. 건물 임대 현수막을 붙여놓은 부동산을 찾아가자 새로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관 주변 일대가 모두 임대 매물로 나왔다는 것. 실제로 부동산을 찾아간 뒤 다시 찾은 전시관에는 주변 땅 일대가 모두 팔렸다며 현장을 찾아온 지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사와 전시관 주변 지주 모두 "주변 건물들은 모두 임대로 내놓았는데, 건물 주인이 삼풍 참사 전시관만은 결코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들었다"며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전시관 옆 카페 주인의 가족이 살고있다는 주택에 찾아갔지만, 인기척은 없었고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과연 이종관씨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이대로 삼풍 참사 전시관의 운영은 종료된 것일까. 해답을 찾지 못한채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삼풍 참사 전시관'은 다시 운영될 수 있을까 (박성민 기자)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참사는 어느덧 사람들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있다. 참사를 기억하고자 이씨가 사비를 들여 만든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전시관'조차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로 있다.

 미국인들은 9.11 테러를 잊지 않기 위해 참사가 발생한 자리에 '메모리얼 파크'라는 추모공원을 만들고, 이 공원을 지날때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그 날을 떠올린다.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참사가 일어난 자리에 고층 아파트를 세웠다. 도시개발의 이유만으로 참사 현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30km이상 떨어져 있는 삼풍 참사 전시관. 아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공간마저 사람들의 손길을 타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우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는건 아닐까.

박성민 기자  smsky1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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