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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으뜸인 동물, 기린을 보다양주 회암사지 박물관 특별전, ‘기린 말고 기린’
'기린 말고 기린' 특별전 입구 (한서정 기자)

 올해 5월 3일부터 9월 10일까지 양주시립 회암사지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 ‘기린 말고 기린’이 진행되었다. ‘기린 말고 기린’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기린’이 아닌, 옛사람들의 상서로움과 태평성대의 상징인 ‘기린’에 대한 전시이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는 전시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 제공에 대한 설명이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기린, 상상하다’, ‘기린, 상징하다’, ‘기린, 발견하다’ 이 세 부문으로 진행되었다.

'기린, 상상하다' (한서정 기자)

 ‘기린, 상상하다’에서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오랫동안 용, 봉황 등과 함께 신성한 존재로 묘사되어 온 상상 속 동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옥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기린 장식품과 기린흉배와 화로, 경서 속의 기린에 대한 기록들 등 기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유물들이 있다. 이후에 있는 짧은 복도에는 기린이 들어간 시조인 ‘부벽루’와 ‘조롱수’가 적혀있고, 그 맞은편으로는 기린이 그려진 중국 그림 ‘기린송자’와 중국의 전설을 기록한 책인 ‘습유기’를 볼 수 있었다.

'기린 상징하다' (한서정 기자) 

 ‘기린, 상징하다’는 기린의 존재가 담고 있는 태평성대의 상징성을 왕도정치에 투영시키는 기린의 모습과 불교에서 불법의 최고 가치를 의미하는 동시에 수호하고 살생을 금하는 기린의 위상을 보여주는 부문이다. 기린무늬 암막새를 시작으로 기린과 관련된 전설에 대한 설명과 과거 기린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예술품, 왕실 내에서 기린의 상징성을 적극 차용했다는 기록들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또한 절에서 볼 수 있는 기린 관련 명칭들에 대한 표와 지도로 기린의 인지도를 보여준다. 그 후로는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기린 관련 기록들과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에 쓰인 기린 문양의 거울부터 흉배까지 소개되어 있다. 그 밖에도 불교 미술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기린의 모습과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기단부와 3단지의 사문지로 진입하는 계단의 소맷돌에서 볼 수 있는 기린의 유교적 미의식에 대한 설명으로 당시 기린이 여러 종교에서 뛰어난 위상을 보여줬음을 말해주고 있다.

'기린, 발견하다' (한서정 기자)

 마지막으로 ‘기린, 발견하다’에서는 왕실 문화로만 여겨지던 기린 소재가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 점차적인 신분제 해체와 함께 서민들의 고급문화로 대중화되었음을 알려준다. 조선 후기의 음반과 엽서, 접시, 병풍 등 서민들이 쓰는 물건들에서 기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사회에 우리 주변에서 자리하고 있는 기린의 상징들이 눈에 띈다. 기린이 등장하는 대학교 심볼마크와 나전칠기 제품이 전시되어 있고, 기린아의 정의 등이 소개돼 있다. 그리고 서양화가 손진형이 기린이 상징하는 의미를 화려한 색채와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한 ‘Dreamer’라는 동명의 그림 세 점을 끝으로 전시가 끝난다.

양주시립 회암사지박물관의 전면 모습 (한서정 기자).jpg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이 특별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20일에는 ‘회암사지 그리고 양주’라는 이름의 특별전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양주시 시민들이 꾸준히 찾는 박물관 중 하나이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기획을 선보여 양주 시민들에게도 올 때마다 새로운 곳이다. 

 김지연(42) 씨는 “이 근처에 살아서 회암사지에 아이랑 놀러 굉장히 자주 온다. 아이 아기 때부터 봄에도 오고, 가을에는 곤충도 보러 오고 밤도 보러 온다. 여기가 공터가 좋다. 그래서 절터보다는 그냥 놀이터같이 공원처럼 생각하고 많이 온다. 주로 아이 때문에 오긴 하는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보고 가면 또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 오면 이거 봤지, 저거 봤지 하면서 이런 게 있다는 걸 아이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해서 괜찮은 것 같다.” 고 말했다. 김 씨는 이번 특별전에 대해 “옛날에 만들어 놓았던 문양들의 의미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옛날에도 디테일하게 잘 그린 것을 보면 대단하다.”며 섬세한 기린의 문양을 감탄했다.

'기린 말고 기린' 특별전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 (한서정 기자)

 회암사지와 기린은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기린이 올해 특별전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기린 말고 기린’ 전시 기획에 참여한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의 최석현 학예연구사(40)는 “회암사지에 지금 남아있는 유일한 건축물이 회암사지 사리탑이다. 2021년도에 보물로 지정된 회암사지 사리탑의 기단부를 보면 조각되어 있는 것 중에 용과 함께 있는 게 기린이다. 그래서 용과 기린이 함께 조각되었다는 것, 그리고 사리탑이 회암사지라는 사적 안에서의 가치나 위치 등을 따졌을 때 기린이 과연 사찰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에 대해 파악해 보고 싶어서 찾던 중 우리가 흔히 아는 기린이라는 존재와는 다른 새로운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줘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겠다 싶어서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되었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흔치 않은 주제의 전시인 만큼 다른 전시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는 이번 전시에 대해서 최석현 학예연구사는 “기린을 단독 주제로 한 전시가 아마 국내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용이나 봉황, 해태 같은 신수들이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있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기린이 사람들한테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존재에 대해 전시를 한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회암사지 사리탑에서 기린이 왜 등장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상기시켜준다. 최석현 학예연구사는 “기린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발견 되고, 회암사지 사리탑에도 그렇게 조각되었는지, 기린이 현대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던 부분으로 전시의 흐름을 가져갔다. 보통 기린은 중국 고대에 많이 기록으로 남겼던 상상 속 동물인데 우리나라에 와서 삼국시대부터 고려 시대, 조선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사람들에게 그 존재 의미가 남아있고 앞으로도 희망적인 동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부분들을 부각시켜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성인과 성군을 상징할 정도로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상상 속의 동물, 기린.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점차 방향성을 잡아가며 차분하게 발전해나가는 양주의 모습과 닮아있는 만큼 앞으로의 양주와 회암사지 박물관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서정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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