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사이에서 한때 '신의 직장' 이라 불리던 공무원. 그러나 요즘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최근 20~30대들 사이에선 공무원 선호현상이 뚜렷이 낮아졌다. 한때 경쟁률 100대 1에 달하던 9급 공무원 시험은 2022년 29대 1로, 3분의 1로 줄었다.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2022년 기준 42대 1로 떨어지며 역대 시험 경쟁률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학 졸업후 공무원 되면 최고"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던 시절이 어느새 지나가버린 것이다. 

‘불탔던’ 공무원 시대, 어쩌다가 져버렸나

“공무원들의 평균 연봉이 얼마나 될까요? 놀랍게도 6400정도 됩니다. 내가 3000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는 9000을 가져간다는 뜻이죠.”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충주시 유튜브 속 공무원 ‘홍보맨’이 한 말이다. 실제 공무원들의 급여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177만 800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으로 주 40시간 일했을 때, 공제액을 제외하고 나오는 월급 181만 1900원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는 청년들로 하여금 공무원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만든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공무원직이 ‘박봉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 (=기획재정부)

 코로나 사태도 공무원 기피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데 한 몫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민간기업에서도 회식이 줄어들면서 조직 문화가 느슨해져 공무원의 자유로운 조직 문화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동일한 조건과 환경이라면 봉급을 더 많이 주는 민간기업으로 취업의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청년들이 직업 선택 시 고려하는 ‘워라벨’에 대해서도 시선이 다르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권모씨(25)로부터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무원직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라벨과 안정적인 직장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씨는 “모든 공무원직이 다 워라벨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일하는 곳마다 사내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디는 보장될 수도 있고, 어디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워라벨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청년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고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시들해진 공무원 인기, 달라진 고시촌 풍경 

 불탔던 ‘공무원 시대’가 끝나는 것은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계속되었던 공무원 선호에 발맞춰 성업하던 ‘고시촌’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고시촌은 뉴스나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공시생 거리이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고시촌은 미디어속에 보이던 모습과는 달랐다. 점심 시간임을 고려해도 길가의 수험생들은 많지 않았고, 학원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은 한산하기까지 했다. 

노량진 고시촌 컵밥 거리의 모습.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정형우, 육지우 기자)

 고시촌의 고민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은 노량진 컵밥 거리였다. 공중파 방송도 여러 번이었을 만큼 고시생들에게 값싸고 맛있는 밥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노량진 컵밥 거리였지만, 최근에는 학생 수가 줄어 상권이 침체된 지 오래이다. 실제로 고시생들이 한창 찾을 점심 시간에도 대부분의 가게는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거리를 돌아, 영업 중인 가게를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컵밥 거리에서 컵밥집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코로나 시작할 때 이미 학생들이 3분의 1밖에 안 남았는데, 코로나 끝난 후에도 회복이 안 되어 가게들이 많이 문을 닫고 있다” 며, 공무원 지망생 감소 현상이 노량진을 포함한 여러 고시촌들의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정형우 육지우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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