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데 마을버스가 한 대 뿐이라 너무 힘들지 않아?” “난 그것보다 굴다리가 너무 무서워. 그것 때문에라도 학교 가기 싫어.” ”굴다리 무서운 건 잠깐이지. 까딱해서 버스 한 대 놓치면 곧바로 지각이잖아. 생활기록부에 무단지각으로 기록된단 말이야.”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대화내용이다. 이들은 불편한 교통과 낙후된 굴다리 때문에 등하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곡고교 앞까지 가는 버스는 201번 하나 밖에 없는데, 그나마 배차 간격도 길어 불편함이 크다는 것이다.

발곡고 2학년 박종호군은 “201번 배차간격이 20분이라고요? 어떨 때는 30분이 지나도 안 올 때도 있다”며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시내버스 10번이나 72-1번을 타고 학교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큰 도로변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짜증이 난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같은 학교 강현승 학생은 “201번은 마을버스여서 30명 정도 타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비좁다”며 “아침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학교 수업에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버스 뿐만이 아니라 학교 앞 굴다리에 대한 불만도 크다. 발곡고 학생들은 대부분 용현동과 신곡동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등교하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굴다리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김진아 학생은 “등교 때나 하교 때나 어쩔 수 없이 굴다리를 지나야하는데 굴다리 안에 들어가면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어둡다”며 “야자(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누가 해쳐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고 등교한다는 김용주 학생은 “1차선 도로로 만들어진 굴다리라 굉장히 좁아서 차가 많이 막힌다”며 “시간 절약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차가 옆을 바짝 붙어 지날 때가 있어 아찔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발곡고를 가려면 꼭 통과해야 하는 굴다리.

이런 문제를 인식한 발곡고 학부모회가 나서 의정부시 마을버스 운송업체와 협의한 끝에 용현동 옛 306보충대 지점에서 발곡고 앞까지 바로 갈 수 있도록 노선을 조정했다. 조정된 노선대로라면 용현동에서 발곡고 앞까지 10분이면 도착하는데, 이 짧은 거리를 그동안 40분 동안 빙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선조정 외에 버스 운행회수는 등교시간대 6회, 하교시간대 4회로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발곡고 앞까지 오는 대중 교통환경이 열악한 이유는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 제한되다보니 인구유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편익시설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등하교 시간 외에는 교통 수요가 현저히 낮아 버스업체에서도 버스 수를 늘리거나 새로운 노선을 증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또 다른 불만대상인 굴다리 문제에 대해 의정부시 안전교통건설국 관계자는 “굴다리 상부에 도로가 있어 확장을 하려면 임시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등의 부가적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굴다리 내 조명도 현재 백열전구에서 LED 전등으로 교체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것 또한 예산 문제로 어렵다는 게 의정부시 입장이다.

발곡고 학부모회는 신곡지구대와 협력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귀가를 돕고 있지만 많은 학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굴다리가 위험한 것은 학부모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개교한지 7년 된 발곡고의 학습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신한대 언론학과 이예지 정현용  mariology@naver.com

학생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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