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덕소리 등 남한강 일대에는 요즘 밤하늘에 별 대신 벌레가 수를 놓는다. 매년 이맘 때면 나타나는 동양하루살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떼를 지어 출몰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 탓에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많은 하루살이들이 나타나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길가에 진열된 각종 상품에 달라붙거나, 음식점 안으로 들어와 혐오감을 준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동양하루살이와 씨름 하느라 밤 잠을 설치고 있다. 남양주시 보건소에는 하루에도 동양하루살이 관련 민원이 수 십 건 접수될 정도다.

덕소역 인근 상가에 붙어있는 동양하루살이 떼. 벌레를 피해 영업중인 매장의 불을 꺼 놓았는데도 이처럼 붙어 있다.

남양주 시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가게 유리창에 동양하루살이가 잔뜩 붙어있어 손님들이 들어오다 말고 발길을 돌리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불평했다.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음식에 하루살이가 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해 난감하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한강변에 위치한 한 대형카페 점장은 “원래 카페는 여름장사가 더 잘 되는데 우리 지역은 여름만 되면 겨울 매출의 절반정도 밖에 안 된다”며 “한강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테라스와 큰 유리창은 거의 벌레가 점령해 문을 일찍 닫아야 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매일 아침 불로 벌레를 태우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그런데도 시도때도 없이 손님 옷에 붙어 들어오거나, 음료에 내려 앉아 난감하게 만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택가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덕소리의 한 주민은 "퇴근길 기차 타려고 역에 가다보면 사람에게 달려드는 벌레가 역 안에도 가득해 뿌옇게 붙어 있다“며 ”입 막고 고개 숙인 채 쏜살같이 뛰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잠깐 산책을 하려 해도 하루살이 때문에 현관문 열고 나가기가 꺼려진다. 혐오감이 든다."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주로 5월부터 출현해 장마 전까지 집단 발생하며,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거나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2급수 이상 수질에서 유충으로 서식하는 수질지표 종이어서 동양하루살이가 나타나면 수질이 개선되고, 강 주변 생태환경이 복원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상가 및 주택가에 떼 지어 나타나면서 주민 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최근 동양하루살이 떼가 급증한 이유는 동양하루살이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또 남한강이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어서 방역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당국에선 시간대별로 물대포를 이용한 방제와 주 서식처인 수풀을 제거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남양주시 보건소 관계자는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동양하루살이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제 방식을 고안중에 있다”고 밝혔다. 동양하루살이 산란지 주변에 민물고기를 풀어 유충을 잡아먹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벌레들의 공세에 신음하는 주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신한대 언론학과 박은영 윤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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