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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노동자 쉼터에 노동자는 없고 공무원들만... 유명무실노동자 이용 기록 0...이동노동자 근무 특성 무시한 시설 논란
경기도청 북부청사 별관에 위치한 이동 노동 무더위쉼터 안내판의 모습 (박성민 기자)

경기도는 지난 2019년부터 이동노동자들의 휴게권을 보장하기 위해 경기도청사와 공공기관 등 총 80곳에서 이동 노동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택배나 대리운전, 음식배달과 같이 야외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실내휴식공간이다. 이곳에는 무더위뿐만 아니라 추위에도 잠시 피해갈 수 있도록 정수기와 각종 차를 비롯해 테이블, 의자가 마련되어있다.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달 23일 , 경기도청 북부청사 별관에 위치한 이동 노동 무더위쉼터를 찾았다. 그러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시간임에도 이곳에는 청사 직원들만 잠시 들러 대화를 나눌뿐 그 어디에도 이동노동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점심시간이지만 비어있는 무더위 쉼터의 모습 (박성민 기자)

 북부청사 별관 1층에서 경비업무를 맡고있는 김모씨에 따르면 “택배나 배달기사들은 주로 경비실에 물품을 전달한 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고 한다. 김씨는 "하루에 할당량이 정해져있는 이동노동자의 특성상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취재중 만난 이동노동자 쿠팡배송원 오모씨(33)는 무더위 쉼터에 관한 질문에 "우리 일은 하루 할당량을 모두 배송 완료해야 끝난다"며 “쉼터에서 쉴 시간에 하나라도 더 빨리 배송해서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낫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오씨는 신곡동이 배송 관할지역이라 이곳 경기도청 북부청사에 들를 일이 많이 있는데 , 이동노동자 쉼터가 한적한 곳에 있지 않고 사방이 개방된 건물 중앙 로비에, 그것도 의지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마음편히 휴식을 취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의자도 소파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딱딱한 편이어서  굳이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쉴 필요성을 못느끼겠다고 덧붙였다.

6월부터 9월까지 4달간 이용기록이 전혀 없는 무더위쉼터 이용대장의 모습 (박성민 기자)

 쉼터의 한쪽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경기도 이동노동자 무더위 쉼터 이용대장’ 파일이 놓여있었다.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때마다 이용일자와 직무분야, 이용내역을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이용대장에는 운영한지 석달이 넘도록 이용사실을 기재한 사용자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7월부터는 이용대장 종이 자체가 아예 제작되지 않아 공란으로 남아있었다.

 말 그대로 ‘유명무실’한 경기도 이동 노동 무더위 쉼터가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박성민 기자  smsky1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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