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 비어 있는 걸 거의 못 보았어요. 지금은 임신 초기라 견딜 만 한데 배가 더 불러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임산부 김모씨(36)는 최근 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빈 자리가 없어 서 있을 때면 임신 초기 각별히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한 의사의 경고가 머릿속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몸을 가눌 곳이 없다. 임산부 배려석이라고 쓰인 곳에는 낯선 남성이 버티고 있다.

  2013년 12월 첫 출범한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올해 5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철 임산부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한 아이돌 멤버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는 “임산부가 타면 그때 그때 비키면 된다”는 의견과 “임산부 배려석은 항상 비워 놓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논란이 벌어졌다.

  초기의 임산부 배려석은 단순히 ‘임산부 먼저’를 알리는 안내 스티커였지만 지금은 '임산부 전용' 개념으로 바뀌었다. 지하철공사측은 좌석을 분홍색으로 교체하고 바닥과 벽면에 분홍색 스티커를 붙여 가시성을 높였다. 서울도시철도는 임산부에게 목걸이를 무료로 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임산부에게 분홍좌석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김모씨는 “임산부 배려석이 아닌 노인 배려석 같다”며 “나이 드신 분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계시면 비켜달라는 말을 꺼내기는커녕 그 앞에 서 있기도 민망하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초기 임산부의 경우 신체상 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하기가 더 어렵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 가능성이 높아 배려가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인식은 이에 따라주지 않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등하교한다는 대학생 한지혜(20)씨는 “출 · 퇴근시간 지하철을 이용할 때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는 걸 거의 본 적 없다”며 "한번은 임산부 배려석에 오물이 묻어있길래 치웠더니 곧바로 남성 승객이 앉는 것을 보고 시민의식이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메트로는 작년 10월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인식은 낮다. 임산부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출산율 높이기에도 도움된다고 메트로측은 밝혔다.

임미혜  yyyyyy_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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