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사회복무요원이 꿀이라고? 뭘 모르는 얘기 좀 하지 마그늘에 가려진 제도의 현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김건우 김치현 기자
  • 승인 2022.08.29 11:50
  • 조회수 311
병무청 마스코트인 ‘굳건이’의 사회복무요원 ©병무청, 보건복지부

 우리나라에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에는 크게 현역병과 보충역 두 가지가 있다. 이중 보충역에 해당하는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에 비해 근무 환경이 편해, 힘든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바로 2~3년의 ‘입영대기’ 시간이다. 입대를 언제할 수 있을지 모른채 무작정 기다려야 해 취업이나 유학 등 자기 진로를 자신이 설정하기 어렵다. 또한 막상 소집 되어도 공무원들의 사적 심부름을 하는 등 갑질의 대상이 되어 차별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역 기준 완화로 인한 ‘풍선효과’

 2018년 기준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기자는 12만 명인데 반해, 같은 해 소집인원은 3만 명 정도로 소집인원에 비해 소집 대기자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재 실정이다. 이처럼 소집 대기자와 소집인원이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2015년 정부는 넘쳐나는 현역병 입영 대기자를 견디지 못해 신체검사와 학력 기준을 대폭 완화해 종전 기준이라면 현역을 가야 하는 인원을 사회복무 요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 결과 2014년 2만여 명 정도였던 사회복무요원 대상자가 2017년 4만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대상자들 때문에 선발 정원을 맞추지 못하여 입영 장기 대기자들이 급증하는 등 새로운 문제까지 나타났다.

 

연간 보충역(사회복무요원) 판정 비율 ©병무청

 

 원래 사회복무요원 수급이 원활하던 시기에는 입영 장기 대기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입영 장기 대기자들이 늘어나자, 정부는 장기 대기 면제 기준을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대학생은 장기 면제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과 비대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대학생들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지만, 병무청은 개개인의 재학 여부, 휴학 사유 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대학생을 대기자로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장기대기 소집면제 추이 ©병무청

 입영 장기 대기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되는데 입영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제한되는 것이 많다. 경희대학교 서양화과에 재학 중인 소집 대기자 허 모씨는 화가라는 꿈을 위해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병역미필’이라는 이유로 출국이 제한되었다. 허 씨는 스무 살 때부터 4년째 대기 기간을 가졌지만 소집명령이 나오지 않아 한동안 ‘병역미필’로 지내야 했다. 허 씨는 “허리 디스크로 인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릴 줄 알았다면 내 미래를 위해 현역병으로 입대하였을 것”이라며 사회복무요원의 장기 입영대기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입영대기’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족쇄 같은 존재이다.

 또 전문대학을 졸업한 소집 대기자 23세 윤 모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취업해서 경력을 쌓고 싶었지만 ‘병역미필’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았지만,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해서 들어야 했다. 윤 씨는 “내가 병역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불러주지 않는 것인데 이런 식의 처우는 부당하다”라며 스펙보다 병역의 유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에 대해 한탄했다. 이처럼 병역을 기피하는 것이 아닌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미필’인 남자는 자신을 꿈을 펼칠 수도 없고, 사회에서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사회복무요원은 갑질의 대상

 사회복무요원 제도도 병역 제도의 한 형태지만 군사 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어중간한 취급을 받는다. 사회복무요원은 말 그대로 사회의 공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는 공무원의 사익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정 모씨는 주말에 부서 공무원 김 모씨로부터 문서작업을 해야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 씨는 주말에는 당연히 쉬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해당 공무원은 “어휴 쓸모없는 놈 그러니까 현역을 못 가고 XX같이 여기 있지”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공무원들도 정 씨에게 사적인 심부름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일을 지시한 뒤 제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느리다”라고 핀잔을 주며 일을 더 추가시키는 등 가혹행위와 업무 보고서 대리 작성 등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모두 정씨에게 맡겼다.

 정 씨가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날 수 있겠지만, 복무 기간을 채워야 하는 사회복무요원 특성상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신분상의 제약으로 갑질에 저항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상시적인 폭언에 시달리고, 직원들의 사적 용무를 도와야 했다. 또 근로계약서보다 빨리 출근할 것을 지시받고 야근 또한 거의 반강제로 이루어졌다.

 

공무원이 사회복무요원에게 ‘원산폭격’을 시킨 갑질 사건 ©SBS NEWS

 

 사회복무요원은 갑질, 폭언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도 실질적으로 구제해 줄 방법이 없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소속 근무지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할 경우, 해당 근무지의 담당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관도 결국에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피해를 입힌 공무원의 동료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 씨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인격체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재 상황과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 없어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건우 김치현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