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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옛 기지촌, 빼벌 마을을 아시나요?미군 떠나고 급속 쇠락....노인들만 남아 쓸쓸
  • 고현빈 이채린 이하연 기자
  • 승인 2023.05.30 15:45
  • 조회수 842

1. 빼벌마을이 어디예요?

 경기도 의정부시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빼벌마을’이 있다. 독특한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배가 많이 나는 마을’과 ‘한 번 빠지면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뜻. 이 중 후자의 유래는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 휴전 이후, 대한민국 곳곳에 미군 기지가 들어왔다. 이 중 ‘캠프 스탠리’는 의정부에 들어섰다. 수락산 자락에 있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빼벌마을은 인근에 캠프 스탠리가 생기면서 급속도로 달라졌다. 미군부대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었고, 기지촌이 생겨났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GDP는 93달러였으나 미국은 3,100달러로 30배 이상 차이 났다. 소비력이 좋은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서비스업 중심의 상권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활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군이 봉급을 받는 날이면 빼벌마을에 있는 가게들은 밤새도록 운영됐다. 술집부터 세탁소, 레스토랑뿐 아니라 기지촌 여성들까지 있어 마을은 인파로 북적였다.

(1990년대 빼벌마을의 밤거리. 두레방 제공)

2. 빼벌마을의 쇠락

 1960년대 기지촌에선 성매매가 성행했다. 이로 인한 수입이 우리나라 GDP의 상당한 비중에 이르는 등 경제발전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문정주, ‘국가 성병관리사업의 인권 유린’, 미군 위안부 소송결과의 의미와 법제정을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17. 3. 20, 27~28쪽] 

 그렇지만 그러던 빼멀마을도 미군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서서히 쇠락해갔다. 1990년대 후반 미군을 상대로 장사하던 상인들이 모두 떠나자 관리되지 않는 시설은 급격히 낙후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지로 떠났지만, 아직 빼벌마을에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 상권이 무너지다시피 해 제대로 된 가게도 몇 남아있지 않다. 의정부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빼벌마을은 인구 491명 규모의 작은 마을로 불량도로 비율 34.8%, 노후주택 비율 93.8%,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22.8% 등의 주거취약지역이다. [송산1동 주민복지센터]

3. 빼벌마을과 두레방

 취재진은 하루 동안 기지촌 여성들을 돕는 시민단체인 ‘두레방’과 함께 빼벌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4월 7일 오전 11시. 동두천 구 성병 관리소 건물 앞에서 ‘두레방’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레방은 동두천 성병 관리소의 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동두천 구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 촉구 기자회견 현장. 이하연 기자)

동두천 성병 관리소란, 과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강제로 아스피린을 투약했던 건물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건물이다.

(동두천 성병검사소 전경. 두레방 제공)

이 건물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두레방 측에서 기자회견을 시행한 것이다. 이곳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담긴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빼벌마을에 있는 보건소나 클럽 건물 등 또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4.남아있는 사람들의 삶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은 빼벌마을에 위치한 두레방 건물로 이동하여 기지촌 여성들과 빼벌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레방 전경. 두레방 제공)

빼벌마을 주민은 대부분 노인이고, 이들 중 10명 가량은 가족과 단절된 기지촌 출신 여성이었다. 두레방은 이로부터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장례’라고 이야기했다. 시청 측에 ‘무연고자’로 신고하여 처리하면 과정이 간단하지만, 그들이 두레방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원해 두레방이 남은 이들의 장례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문제가 있어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빼벌마을은 현재까지 도시가스 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같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없다. 주민들은 도시가스 대신 석유 • 연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작년 석유 가격 폭등 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상하수도 시설은 마을 공용탱크에서 끌어와 사용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관리가 잘 안되어 수질이 좋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터뷰 후 두레방 원장의 안내와 함께 빼벌마을을 직접 둘러보았다. 실제로 관리가 되지 않아 무너진 옹벽이나 집, 마을 한가운데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등을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미군기지 철수 이후 가게들과 사람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 빈 가게들이 많이 생기고, 마을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로 인해 전체적인 마을 환경 관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치된 쓰레기와 무너진 집. 이하연 기자) 
(무너진 빼벌마을 옹벽의 모습. 이하연 기자) 
(빼벌마을 공터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 이하연 기자)

5. 앞으로 빼벌마을은

 2022년 빼벌마을이 도시취약지역 개조사업에 선정되었지만, 사업이 주택 정비와 생활 인프라 확충에 치중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보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였다. 또한, 현재 거주하는 노인들이 주택 소유주가 아니라 세입자이기 때문에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방안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

고현빈 이채린 이하연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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