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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개발이 가져오는 사라짐에 대하여의정부시 녹양동 일대 개발지구, ‘우정지구’ 원주민들의 이야기
  • 김민성 이민주 최휘온 기자
  • 승인 2023.05.11 10:33
  • 조회수 334

부동산 재개발의 기본 원칙은 ‘낡은 것’을 없애고, 더 나은 ‘새것’을 지어 올려 부동산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새로운 발전을 지향하는 긍정적인 사업으로 보이지만, 밝은 모습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개발의 뒤안길에는 언제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밀려나는 주민들의 아픔이 있다. 재개발 착공을 앞둔 의정부시 녹양동의 우정지구를 찾아 어떤 문제나 갈등이 있었는지, 지역과 지역 주민들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지 알아보았다.

■ 텅 빈 폐허, 의정부 우정지구

- 의정부 우정지구 지구계획(자료 : 국토교통부)

의정부 우정지구는 지난 2021년 9월 29일, 국토교통부에서 지구계획이 승인되며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었다. 승인된 지구계획에 따르면 우정지구는 크게 A, B, C 세 가지 지구로 구분되어 있으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A지구는 버들개 초등학교와 녹양중학교를 포함한 일대, B지구는 기존 우정마을이라 불리던 작은 시골 마을, 마지막으로 C지구는 ‘녹양 패션아울렛’이라고 불리던 상가단지가 있던 지역이다. 

우정지구 A 지구로 지정된 지역 (사진-김민성 이민주 최휘온 기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A지구’로 허가된 녹양중학교와 버들개 초등학교를 둘러싼 지역이다. A지구에는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듯한 집들이 널려있었고, 그 주변에는 텃밭이 있었던 자리로 추정되는 빈 땅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곳곳에는 생활 폐기물이 쌓여있고, 주택가는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A지구의 폐허 인근에는 ‘살려내라 세입주민 대책내라 임시주거’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 텅 빈 동네에는 어떤 과거가 있었던 것일까.

이곳의 과거 이야기는 산책 중이던 인근 주민 박순례(64)씨를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들어볼 수 있었다. 박 씨는 “원래 살던 사람들이 나가면서 시끄러웠어요. 지금은 나갈 사람들 다 나가고, 별로 안 남았어요”라며 알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한참 재개발한다고 이야기 나왔을 때는 법률 상담으로 문제도 많았고, 저들끼리 상가 조합원도 끌어 모으고 그랬죠. 이주 대책 관련해서 목소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결국 거의 다 나갔어요.”

박 씨의 이야기만으로는 토지 공사와 원주민 사이에 어떠한 갈등과 법적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동네에 남은 흔적들과 주변 주택들의 상황, 그리고 그의 말을 종합해 보았을 때, 원주민들의 이주 문제에 대한 한국토지공사(LH)의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주민들이 떠난 상황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 “우리는 어디로 가서 살아야하나요” 사라질 우정마을

우정지구 B 지구로 지정된 지역 (사진-김민성 이민주 최휘온 기자)

B지구는 우정마을이라는 이름의 부락이 자리한 곳이었다. 마을로 들어가자, A지구에서는 못 보던 ‘지장물 조사원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집집마다 붙어있었다. 과거 밭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들은 ‘경작금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폐허가 되어 있었고, ‘사유재산 강탈하는 지장물 조사를 중단하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자 건설 현장 조성을 위해 평탄화 작업 중인 중장비들이 보였다. 전반적으로 A지구보다 농촌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건물들의 상태나 여러 정비 상태를 보았을 때 최근까지도 사람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 수 있었다.

걔 중, 유독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고 있는 듯한 우정마을 회관 건물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회관을 방문하자, 우정마을의 이장 이건용 씨(81)를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마을을 들어오며 보았던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았다.

 집집마다 붙어있던 ‘지장물 조사원 출입금지’에 대해 묻자, 이건용 이장은 지장물 조사가 어떤 것 인지부터 설명했다. 지장물 조사란 토지보상법 제 77조에 의거한 보상금 책정을 위해 토지에 있는 각종 사유재산을 측정하는 것이다. 우정마을의 경우, 토지공사 측의 지장물 조사원이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계측해 반대 현수막이 붙었으나, 현재는 보상금 책정이 완료되어 6월까지 이곳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마을 사정을 설명하는 이건용 이장

이건용 씨에 의하면 현재 우정마을에는 20여 가구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나갔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곳의 땅 주인이 아닌, 건물에 대한 권리만 있는 사람들로 보상금을 받아도 타지에 정착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쥐꼬리만한 보상금’만 가지고 나가야하는 것이다. 이 이장은 “쫓아낼 때 쫓아내더라도, 사람 살 곳이라도 제시해줘야 되지 않은가”라며 주민들의 막막한 심정을 대변했다.

■ 둘만 남은 ‘녹양 패션 아울렛’

C지구는 기존 ‘녹양 패션 아울렛’으로 많은 지역민의 의류 쇼핑을 담당하던 아울렛 단지였다. 하지만 이곳 역시 다른 지구들처럼 대부분이 빈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점포는 ‘폐점 세일’이라는 현수막만 붙은 채, 문을 닫았고 과거 방문객들로 북적였던 공원은 한적하게 남아있었다.

우정지구 C 지구로 지정된 지역 (사진-김민성 이민주 최휘온 기자)

문을 연 가게는 스포츠 의류 매장인 ‘와이드 앵글’과 ‘루이 까스텔’ 단 두 점포뿐이었다. 녹양 패션 아울렛의 사정은 와이드 앵글의 점주에게 들어보았다. 그에 의하면, 국토교통부로부터 개발 승인이 떨어진 21년 9월 이후로 하나 둘씩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직 영업 중인 두 점포는 한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사실상 같은 가게였다. 동종 매장이 집적 이익을 내는 아울렛의 특성상, 인근 점포들이 문을 닫은 아울렛은 죽은 상권이 된다. 매출에 관한 질문에 점주는 “예전보단 손님 자체가 많이 줄었지만, 가게를 유지할 만은 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부터 나름 유명하기도 했고, 아직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아 그런대로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저희도 여기서 나가야 해 걱정이 많다”고 심경을 전했다.

보다 자세한 실정은 두 점포의 재산 측량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명광측량의 황대성 이사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토지사와 건물주 등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보상금 협의가 끝나 대부분 이곳을 떠났고, 보상금에 만족하지 않는 건물주들은 아직 토지 공사와 소송 중에 있는데, 소송이 끝나고 보상 논의가 진행되면 결국 이 두 점포도 자리를 비켜야 한다고 전했다.

■ 밀려나는 원주민, 정녕 ‘개선의 여지’는 없나?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도시 정비사업 현황’ 통계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착공이 시작된 도시 정비사업의 수는 411건에 달한다. 국토를 개발함으로써 낙후된 지역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택지와 도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값진 일이다.

하지만, 이미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에 대한 처우에는 항상 부족함이 있었다. 과거 1960~70년대에 서울시 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할 당시에도 많은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 빈민촌을 형성하여 살곤 했다. 

 의정부 우정지구의 원주민들에게도 갈등과 생존의 위협이 존재했다.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 부수고 지은 도시에, 당당한 역사를 새길 수 있을까? 도시 재개발 사업에서 경시되는 ‘원주민’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제도의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

 
 

김민성 이민주 최휘온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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