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생을 사서 하지? 한국인들은 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거야?”

 경기도에 거주하는 대학생 H씨는 갑작스럽게 ‘달고나 커피 만들기’, 일명 ‘집콕 챌린지’가 유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그도 달고나 커피를 만들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는 각종 심리·인격 테스트가 올랐으며, ‘달고나 커피’(커피에 설탕과 물을 넣고 400번 이상 저어 달고나와 같은 색이 되었을 때 우유 위에 얹어 먹는 커피)를 시작으로 ‘00번 00하는 00’시리즈는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퍼지고 있다.

▲ 유튜브 둥이키친 = ‘00번 00하는 00’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집콕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소소한 웃음을 가져다주는 일명 홈테인먼트(집과 즐거움, 오락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외부 활동을 최대한 피하고 집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 콘텐츠와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달고나 커피 이외에도 수플레 오믈렛, 콩나물 키우기, 보석십자수 등 홈쿠킹, 홈카페, 홈인테리어, 홈가드닝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홈테인트먼트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달고나 커피의 관련 동영상과 콘텐츠는 2백만건을 훌쩍 넘었고, 유럽에서도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콘서트 등 여러 활동이 취소된 연예인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라이브 플랫폼인 브이라이브, 혹은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방송에서  콩나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네이버 브이라이브 = 방탄소년단이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있다.

. ▲ 나 혼자 산다 = 콩나물을 키우는 모습.

 이에 따라 관련 상품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2월1일~4월 8일 블랙커피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배 가량 늘었고, 원두캡슐 커피 또한 2배 이상 늘었다. 또 SSG닷컴은 지난 2월1일~4월12일 팬케이크, 쿠키, 브라우니 등 각종 믹스류 상품과 홈가드닝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 19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경제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일상생활의 제한, 우울해요 ••• "코로나 블루"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오랜 기간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코로나19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과 자신도 코로나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수의 시민들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것이다.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까 왠지 모를 우울감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뭐라도 하면서 조금씩 움직이는 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동 거품기가 있지만, 굳이 손으로 저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음엔 절대 안 해야지 싶다가도 여러 가지 집콕 레시피를 찾아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P씨, 22세)

 이런 상황 속에서 홈테인먼트는 암울한 국민들의 마음속에 한 줄기 작은 빛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들어지면서 웃음보다는 불안감이 감도는 현시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의 소소한 즐길 거리를 공유하고 SNS로나마 서로를 북돋우며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김해리 대관영 기자  rabit62915@naver.com, eorhksdu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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