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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직업 아닌 취미?수입도대우도 열악한 방송작가의 현실

 TV 드라마 속에서 ‘방송작가’로 등장하는 인물은 보통 메인 작가의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보조작가다. 2017년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나오는 방송작가 이현수가 그중 하나다. 그는 극중에서 한 달 급여 80만원을 받으며 온갖 서러움을 겪는다.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방송작가의 자살 소식과 ‘열정페이’논란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방송작가’다. 시나리오 작가 역시 영화 발전을 외치는 사회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대우를 받고 있다.

‘작가 강사’의 일과

 17년 전, 영화 ‘공공의 적’으로 대한민국 범죄/액션 장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던 백승재 작가는 ‘공공의 적 작가’라는 타이틀로 10여년 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각종 아카데미 강의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경제적 여건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면,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말라"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른 직업을 권장한다. 작가 생활이 어떻길래 이런 얘기를 할까. 그의 일과를 따라가 보았다.

 백승재 작가는 새벽 5시면 눈을 뜬다. 오늘도 강의가 두 개 기다리고 있다. 아침 일찍 홍익대앞으로 향하지만 차가 막히면 두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를 기다리는 수강생들은 작가를 꿈꾸고 있는 10대부터, 젊은 시절 경제적 난관 등으로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50대까지 다양하다. 첫 번째 강의는 시나리오 입문 과정의 아카데미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해 강의한다.

 오전 11시쯤, 강의를 마치면 김밥을 사 들고 두 번째 강의 센터로 이동한다. 두 시간을 달려 이동하는 사이, 학생들이 보내온 과제를 읽는다. 두 번째 강의는 심화 과정의 시나리오 작법이다.

 그렇게 두 강의를 끝낸 후 집에 도착하면 오후 6시. 이 때부터 그는 작가도, 강사도 아닌 ‘아버지’ 역할에 들어간다. 육아와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한바탕 소란끝에 아이를 재우고나서야 다음 강의를 준비할 수 있다. 60여명 학생들의 글을 읽고 문제점과 칭찬할 점을 찾아준다. 강의 준비까지 모두 마쳐야 비로소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백승재 작가. 그가 글을 쓰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이다. 그를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의 흥행작 하나로 10년 넘게 강의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가 내놓은 작품은 고작 두 개다. 그 두 개의 작품을 내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는데 결과 또한 작가 본인의 기대에 못미친다. 

 백승재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꿈을 접고 강사, 교수 등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 회사 취직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이야기가 작가 사회에 흔히 떠돈다. 작가라는 직업만으로 생계가 어려워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열악한 여건 속 작가들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 유니온이 조사한 결과 방송작가의 주당 노동일수는 평균 5.63일, 급여는 월 15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49.9%에 달했다. 이 중 임금 체불 경험자도 46%로 높게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출한 '표준 근로계약서 및 표준 시나리오계약서 활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봉한 영화 중 표준 시나리오계약서를 작성한 작품은 16.7%, 조사 대상이었던 30편(총 개봉작 209편) 중 표준 시나리오계약서를 쓴 작품은 5편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작가 5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의 49.25%가 3000만원 미만의 수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세 가지 조사에 응한 작가들 중 50.2%는 창작 활동의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또 2차적 저작권이나 해외 판권 계약 등이 제작사에게 유리하게 체결되는 불공정 계약 사례도 26.2%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직업이 무시 받던 예전과 달리, 현재 작가들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디어 분야 작가들의 처우 및 집필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작가의 창의적 시나리오가 한류 붐을 일으킨 데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원고료와 과도한 노동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의견을 받아 정책 수립에 반영하겠습니다.”

 작가는 양극화가 심한 직업이다. 몇몇 스타작가들은 수입도 많고 제작 과정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은 대본 작업은 물론 취재, 섭외 등 여러 잡무를 떠맡아 해결하면서도 쥐꼬리 연봉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들이 직업적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마음놓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조회지 기자  webmaster@nd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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