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공원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동상이, 광화문 앞에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은 대개 세워진 장소와 연관성이 있다. 그렇다면 의정부 종합운동장 앞에는 왜 엄복동의 동상이 있을까.

의정부 종합운동장 앞에 위치한 엄복동 선수의 동상.

 엄복동 선수는 1913년 4월 13일 용산 인근 연병장에서 열린 전조선 자전차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조선인들 사이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열린 여러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안기고, 항일운동의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영웅이다. 때문에 지난 3월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3·1절 100주년을 맞이하여 개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하지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 보면 엄복동이 평택출신으로 나올 뿐 의정부시와 연관성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엄복동 동상은 왜 의정부에 세워졌을까?

 엄복동 동상이 건립된 것은 1986년 5월이다. 의정부 종합운동장 내에 위치한 의정부시 벨로드롬 경기장이 만들어질 때 함께 건립됐다. 의정부시 벨로드롬 경기장은 전국에서 4번째로 설립됐는데, 의정부시에 벨로드롬 경기장이 생긴 이유는 과거 사이클 선수였던 앙광산 선수가 의정부시에 많은 투자를 하여, 많은 사이클 팀들이 생겨난 때문이다.

1986년 건립된 엄복동 동상의 건립 취지.

 당시 엄복동 선수의 동상을 함께 세운 이유는 그가 대한민국 사이클 영웅으로 칭송받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엄복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엄복동과 의정부시는 연고가 없다. 엄복동이 말년에 의정부시의 모체가 되는 양주군 화천읍 덕계리에서 3년동안 살았고, 그 이유로 의정부시에 우수한 사이클 선수가 배출됐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엄복동 선수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긍지를 크게 일깨워준 신화적 인물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스포츠 영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날이 많이 풀린 요즘 의정부 종합운동장으로 자전거 나들이 가는 건 어떨까? 자전거도 타고, 근대 스포츠 영웅 엄복동을 기리자.

서동민 기자  vhrkdd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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