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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숙인 생활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말 “우리는 그저 방랑자"서울역 노숙인을 만나 취재해보니

“요즘은 출퇴근 노숙인이 많이 늘었습니다.” (서울역 관계자)

 매년 늘어간다는 노숙인을 만나러 서울역을 찾았다. 지하역사로 들어가지 전 지상에서부터 꽤 많은 노숙인들이 눈에 띄었다.

 외부의 흡연부스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잠이 든 노숙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후 5시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한밤중처럼 곤히 잠이 들어있다.

서울역 안으로 들어서자 외부의 노숙인들과 달리 눈에 띄게 후줄근한 노숙인은 보이지 않았다. 혹여 기자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역을 관리하고 있는 보안요원을 만나보았다. 그는 “겨울철에는 내부에 노숙인들이 많이 머무르고 여름에는 외부에 머무른다.” “요즘은 출퇴근 노숙인도 생겼다.” 는 말을 시작으로 ‘그들’의 세계를 알려주었다.

서울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을 여닫는 시스템으로 운행되는 기차역이다. 오전 1-2시경 모든 순찰을 마치고 3시간 가량 문을 닫는다. 5시 30분이 하루의 첫 열차 운행 시각임으로 4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역의 모든 시스템을 확인한 후 개방한다. 

 “겨울에는 화장실을 잘 돌아야 해요. 날이 춥기 때문에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화장실에 꽁꽁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노숙인들은 드라이버나 커터칼 같은 작은 호신용품을 품속에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보안요원의 보호 아래 그와 자주 소통한다는 노숙인 중 일명 ‘우두머리’라 불리는 A씨와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를 신기한 사람으로 보지 마라.” 는 말을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그에게 시설에 갈 마음이 없느냐고 묻자 “시설에선 술을 마실 수 없다. 서울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름이 좋다. 어디서든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매달 60여만원을 받는다. 이 돈을 다른 노숙인들도 그렇지만 대체로 술 마시는 데 쓴다. 그는 “우리는 그저 방랑자.”라고 말했다.

 노숙자들의 근황에 대하여 보안팀장이 말을 전했다.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들도 있지만 멀쩡한 차림으로 역 개방 시간을 기다렸다 들어와 하루 종일 서울역에 떠돌다 가는 이들이 많다. 일반인들은 그들이 노숙인인지 알 수 없다. 노숙인들끼리는 매일 얼굴을 보기 때문에 알 수 있다며 이들을 ‘출퇴근 노숙인’이라고 부른다. 

 출퇴근 노숙인은 다른 사람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보안요원들을 신경쓰게 하는 사람은 술 마신 후 고성방가나 추태를 부리는 이들, 역에서 숙면을 취하는 이들이다. 

 “노숙인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우리도 그들을 어쩌지 못합니다. 역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폐 끼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뿐입니다. ”

 정부에서 마련한 노숙인 시설이 노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긴 하지만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자들이 많다. 정부의 관심과 시설이라는 환경이 이들에겐 오히려 부담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보안요원은 전했다. 그들은 돈도 그 무엇도 아닌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이거나 이미 그 생활에 익숙해져 타인의 관심이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노숙인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노숙인을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들 입장에서 접근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취재를 마치고 서울역을 나오면서 들었다.    최수안기자

최수안 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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