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7대 12=1.75%.

이 숫자는 서울 어느 영화관의 ‘장애인 좌석 비율’이다. 서울 강남, 건대, 구로 등 수도권 내에 위치한 3사 영화관(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의 장애인 좌석 비율은 전체 2%를 넘지 못한다. 수도권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영화관 장애인 관람석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산, 인천, 강원, 충남 등에서도 장애인 관람석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았다.

문제는 좌석 수 부족만이 아니다. 좌석배치도를 살펴보면 어쩌다 있는 장애인 좌석은 맨 앞 또는 맨 뒤에 있거나 양 구석에 있다. 

 상영관으로 이동하는 것에도 여러 불편함이 따른다. 서울 수유동의 한 영화관은 상영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스컬레이터만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는 사람 한 명이 딱 들어갈 정도로 협소하다. 휠체어를 탄 보행 장애인들은 진입하기 어려워보인다.

서울 수유동의 한 영화관. 상영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 손님은 진입하기 어렵다.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진구의 한 공연장 관계자는 “전체 객석 중 1%를 장애인 좌석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자리가 2층 난간 쪽에 위치해 있어 무대를 보기에는 불편하고 전동휠체어의 경우 이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4개 층 중 한 층에만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수고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체육시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문체부의 ‘공공체육시설 내 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 현황’을 보면 각 체육관과 수영장 206개소 중에 장애인전용 주차장, 경사로, 승강기, 화장실 설치 비율은 자동문을 제외해 50%에도 미치지 못 했다. 비장애인만을 고려한 설비였던 것이다.

장애인 단체 3사 영화상영관 상대로 소송 제기

 이같은 장애인 차별이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상영관 좌석이 300석 이상일 때 1%를 장애인 좌석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지역 188개의 CGV 스크린관 중에 300석 이상인 곳은 13곳으로 6.9%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3.1%는 법적 의무 기준이 없는 셈이다. 극장은 300석이하 상영관만 짓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2년 전 시·청각장애인들은 ‘영화관람에 관한 차별구제소송’을 3사 영화상영관을 상대로 제기했다. 원고(장애인) 측이 요구한 것은 화면해설과 자막, FM보청기 제공이었다. 하지만 피고(영화관) 측은 “우리에게 그같은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설령 있더라도 여러 사정상 시행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장애인 단체 측에서는 법원 현장검증 때 영화 관람 보조기기의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한 기술은 모바일 앱과 스마트 안경, 이어폰을 통해 영화에 맞게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체험자들은 “화면해설을 보고 들으니 몰입도가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들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자막제공 비용 부담은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막을 제공해온 업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 안경과 화면해설 이어폰 설치비는 서버 비용까지 포함해서 한 기기 당 연간 150만 원이 추정된다”며 “이는 1년에 150~250명의 장애인 관람객이 온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해외에선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개정되어 실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보조기기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도록 의무화 됐다. 또 독일도 개인형 보청기기인 ‘루프(Loop)’를 제공하는 등 장애인들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호주의 이벤트 시네마 영화관. 장애인 좌석앞에 공간이 있어 휠체어를 놓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애인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문화·예술 활동의 차별금지)에는 장애인 접근 시설 및 장비의 설치와 보조인력 배치, 보조 장비 제공, 관련정보 제공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잘 지켜지는 곳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또, 제23조에 따라 법무부에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를 두는데 이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

 대한민국에는 약 250만 명의 장애인이 존재한다. 그 중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각각 25만여 명, 40만여 명이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보행장애인은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국민 20명 당 한 명 꼴로 장애가 있는 셈이다. 2007년대에 들어서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돼 장애인들 위한 복지와 문화향유권이 법으로 보장됐으나,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영화 관람이란 ‘도전’으로 여겨진다.

 시각·청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기존 영화에 자막으로 각종 정보들을 넣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버전’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작년 상영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등 20여 편의 영화를 베리어 프리 버전으로 상영했지만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 수요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영화를 ‘베리어 프리 버전’으로 상영하는 영화관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장애인들은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서만 영화를 봐야 하는 한계가 있다. 모순되게도 보행장애인의 영화 관람 여건이 나은 편이라 볼 수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대상으로 조사한 문화 및 여가활동 만족도. 불만족 응답이 절반이상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 보유별로 조사한 ‘문화 및 여가활동에 대한 만족도(14년도)’ 자료에 따르면 ‘만족한다’는 응답이 42.9%인 반면에 ‘만족하지 못 한다’는 응답이 57.1%를 차지했다. 불편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장애인관련 편의시설 부족(47%)’과 ‘주위 사람들의 시선(11.4)’을 주로 들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연극이나 영화 등의 관람은 1% 미만인 반면,  TV 시청이 61%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의정부시 지체장애인 협회 김연산 부회장은 “장애인들에게 문화생활보다 의식주가 가장 먼저로 자리 잡은 결과”라며 “문화생활을 즐길 마음적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양쪽 다리 굵기가 다르다는 김 부회장은 “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피해서 잘 안 가려 한다”고 씁쓸해했다. 

 김 부회장은 “장애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것이고, 전염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장애인들도 더불어 같이 사는 존재라고 여기고,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기만 해도 힘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의정부시 지체장애인협회 김연산 부회장. 그는 50번째 직장이기도 한 의정부시 장애인복지회관에서 12년째 근무중이다.

     신대현 양성진 김소희 류가빈 학생기자

학생기자  edito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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