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북스라는 서점 이름은, 사람들과 같이 간다는 동반자 의미도 있지만 동물과 반려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 서점은 동물과 반려하기 위한 공간이고, 그래서 동물 관련 책만 취급합니다. 반려동물 책만 있는 서점은 아마 우리가 유일할 거에요.”

 2017년 6월 의정부시 가능동에 자리잡은 작은 서점 동반북스의 대표이자 유일한 직원인 심선화(37)씨의 말이다. '동물 서적만 취급하는 유일한 서점'이라고 힘주어 말할 때엔 쑥스러워하면서도 자부심이 넘쳐보였다. 서점을 찬찬히 둘러보니 심 대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고양이에게 먼저 눈길이 갔는데, 이 고양이는 다른 곳에서 피난(?)을 온 고양이라 한다.

'둥이'라는 이름은 '업둥이'에서 따왔다고. 심 대표 제공.

“이름은 ‘둥이’라고 해요. 원래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아니고 옆집 강아지 애견샵에 있던 고양이예요. 애견샵 사장님이 이 아이를 아주 예뻐하셨는데, 고양이는 사람의 과도한 관심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장님 손길을 피해 어슬렁거리던 둥이가 이곳에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같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정이 들어서 지금은 내가 키우고 있네요.”

곳곳이 동물로 가득하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서점을 둘러봤다. 정말 동물로 가득한 서점이었다. 모든 책의 표지에 동물이 있었으며, 가게 인테리어에도 동물이 가득했다. 실제 전국에서 이같은 컨셉의 서점이 또 있을까 싶다. 이런 독특한 서점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는 it 업계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하지만 40살 이전에 저만의 가게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하던 일이 재미가 없어졌고, 당연히 회사생활도 재미가 없었죠. 마침 반려견이 림프종에 걸려 병원을 자주 가야 했는데 회사생활과 병행하기 어렵더라고요. 고민하다 회사생활도 지겨워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박차고 나왔습니다. 이후 업종을 찾다가 동물과 책을 좋아하니, 반려동물 서점을 하자 결정했죠.”

동물과 관련된 책들이 가득했다.

일반적으로 인기있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등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뭉뚱그려 말한 것이 기자의 귀를 자극했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단순히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좀 큰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이 서점을 통해 사람들이 동물 관련 문제(학대나 유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개나 고양이에 대한 책만 다룰 수는 없죠. 그래서 고슴도치에서부터 토끼, 돌고래, 그리고 야생동물에 대한 책까지 두루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토끼 외에도, 다른 동물들을 다룬 책도 있다.

이야기를 듣고 주위를 둘러 보니, 적지만 분명 주류에서 벗어난 동물들을 다룬 책이 보였다. 다시 눈을 심 대표와 마주치자, 이야기를 계속했다.

“또, 여기는 할인이 없는 대신, 책 판매금의 1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그게 어느덧 1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대형서점과 가격경쟁을 할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좋은 취지로 할인 대신 기부를 하는게 어떨까 싶어 생각해낸 방안입니다. 사실 2016년 12월에 온라인 서점을 연 후 판매액에 상관없이 고정적인 액수를 꾸준히 기부하고 있습니다.”

기부 외에 다른 것도 진행하고 있다. 동물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물 그림 전시회나, 만남, 드로잉 행사 등이 그것이다.

“전 이러한 것이 단순히 ‘아 동물 귀엽다!’ 가 아니라, 동물을 하나의 오롯한 생명체로 봐 주고 대하는 태도, 그리고 동물 문제에 대해 가져야 할 경각심 등을 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 생각해요. 그러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 즉 작가분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동물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을 거라 보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하고 꿈꿔볼만한 삶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점이 안정적인 궤도에 이르기까지 심 대표는 여러 고초를 겪었다 한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다, 작년 6월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처음엔 책을 어디서 떼 와야 하는지조차 몰랐어요. 인터넷서점에서 책 사서 하는 건 아닐테고, 분명 어디선가 책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이 있었겠죠.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이 문제들은 출판업계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몰라서 생긴 일들입니다. 서점도 단순히 책만 팔아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많았죠. 이것은 개인들의 핸드메이드 굿즈 판매를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서점을 키워 나가다 보니, 동반북스는 ‘경기도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발견 경기 동네서점 展’에 선정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쪽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한 건 없고, 연락이 먼저 왔어요. 이 서점의 취지를 잘 이해해주신 것 같아요. 이로 인해 동물 드로잉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것에 대한 홍보나 필요한 물품도 지원해주고, 계획도 해 줘서 매우 고마웠습니다. 또한 당일 행사 때문에 찾아주는 사람도 많았고 그 인파 때문에 이후 동네사람들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한 나머지 방문하셨다가 단골이 된 분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심 대표의 모습.

이렇게 매력적인 동반북스는 의정부시 가능동에 있는, 의정부공업고등학교 옆의 작은 골목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비교적 한적한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조건에 맞추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처음에는 중앙로 쪽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쌌죠. 그렇게 중심가에서 조금씩 멀어지다 보니 이곳에 좋은 자리가 괜찮은 조건에 나와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동네 서점’을 표방하고 있으니 동네에 자리잡는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개인적으로 의정부여자중학교 졸업생이라 여기에 추억이 많았던 것도 있고.”

동물과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지금도 꾸준히 반려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동반북스는, 경기 의정부시 신촌로6번길 29-22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월요일은 휴뮤이며, 13시부터 21시까지 영업한다.

김준영 기자  aquarai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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