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집안 사정상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애묘인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 요즘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고양이와 마음껏 놀 수 있는 곳. 의정부 행복로에 문을 연 고양이카페 ‘낭만고양이’가 그런 곳이다.  이 카페는 건물 4층에 위치해 지상의 소음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고양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카페 내부.

이 카페에 가기 위해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고양이 모양의 조각상이 애묘인을 맞이해준다. 손님은 위생을 위해 손소독을 한 뒤 슬리퍼를 신어야 입장할 수 있다. 카페 곳곳에는 캣 타워가 있고, 천창에 닿을 듯 말 듯 한 곳에 고양이가 다니는 선반이 있다. 벽에는 고양이 사진과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가 적혀 있다. 실내에 손님이 앉을 만한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양이를 먼저 고려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깨운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일까.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고양이들은 사람이 온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영역성과 경계심이 강해 낯선 사람을 보면 거리를 두는게 보통인데, 이 가게의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가게 주인인 김려은씨(이하 집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귀찮게 하니까, 피하는 대신 적응해버린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내내 가만히 있었던 아이.

“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실제로 가장 인기있는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호불호가 아주 갈리는 동물이에요. 전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런 고양이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낭만적인 고양이를 보고 싶어 낭만고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카페를 열었습니다.”

일부러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들어간 탓일까, 카페 안은 가게 주인인 김씨와 고양이, 그리고 먼저 온 손님 두 명이 전부였다. 평소 손님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단골 반, 지나가다가 시간 때우러 오는 사람 반인 것 같다"며 "후자의 손님들은 고양이로 힐링받고 간다면서 이후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에서 간신히 떼어냈다.

김 집사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자 몇몇 고양이가 테이블 주위로 슬그머니 몰려들었다. 그 중 노트북 위에 올라가는 것을 넘어 아예 앉아버리는 녀석도 있었는데, 이러한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 김 집사는 “노트북을 보고 장난끼가 동했나 보다"며 "평소에도 물을 먹으려고 컵에 담아놓고 잠시 다른 곳을 보고있으면 훔쳐먹고 모른체하거나, 누워있는 손님들 위에 올라타서 가만히 있기도 한다.”고 묘심(猫心)을 대변했다. 

이때 배를 살살 긁어주면 좋아한다. 집사 제공.

이곳 고양이들이 지금처럼 사람들과 친숙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김 집사는 전했다.

 “이 카페에는 모두 고양이 10마리가 있어요. 샵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4마리고, 파양된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처음에는 사람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경계심이 아주 심해서, 며칠을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만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사람의 손길을 귀찮아하며 피해 다닐 정도로 사람들에게 익숙해졌죠.”

카페 벽면 곳곳에는 고양이 사진과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이 고양이 카페인 만큼 고양이와 힐링을 즐기기 위한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집사는 그에 못지 않게 주의해야할 점도 있다고 당부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고양이 털이 심하게 날리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환자는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카페에 오실 땐 입고 오시는 옷의 재질에도 신경써주시면 고양이와 더 가깝게 놀 수 있을 겁니다."

경기 의정부시 행복로 20 4층에 위치한 낭만고양이는 하루 입장료 8천원(음료포함, 청소년과 군인은 1천원 할인)에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화요일은 휴무.

김준영 기자  aquarai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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