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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네 서점, "IMF때보다 힘든 것 같아요"전 국민 독서 기피에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줄고, 학습 참고서 수요도 급감
  • 백현준 김찬혁 신현서 기자
  • 승인 2024.07.05 13:39
  • 조회수 217
성북구에 위치한 동네서점 ‘대원서점’

동네서점의 경영난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성북구에서 서점을 운영 중인 박승용(30대) 씨는 “요즘이 IMF 때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5년 3,429곳이던 전국 서점 수는 2023년, 2,484곳까지 줄어들었다. 굳이 통계수치를 찾아보지 않아도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다. 동네 서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그나마 있는 서점들도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병숙(40대) 씨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 동네서점의 현실…“위치가 좋아봤자”

권병숙 씨가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보람문고’는 중계역, 상계역, 노원역으로 이루어진 삼각 역세권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9곳의 학교로 둘러싸여 있어 서점 위치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다. 얼핏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이 서점도 요즘 진지하게 폐업을 고려 중이다.

 권 씨는 “서점에 오는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들여놓는 책도 4분의 1 정도로 줄였다.”라며 서점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경영난의 원인에 대해 묻자 “온라인 서점의 발전과 대형 서점에 비해 낮은 경쟁력을 이유로 꼽을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라며 학생 수 감소가 동네서점 위기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 10대가 줄어들면 동네서점도 줄어든다

동네서점 매출의 대부분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학습참고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취급 도서의 41.4%가 학습참고서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가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포함한 집계임을 감안하면 동네서점의 학습참고서 취급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인구의 감소는 동네 서점에 결정적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박승용 씨는 “문학같이 여러 장르의 책을 취급하고는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집이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게 아마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경영난의 주요한 이유로 학생 인구의 감소를 꼽았다.

권병숙 씨도 마찬가지였다. “위치상 주변이 학교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주요 고객층은 학생들이다. 20대 이후의 고객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학생의 수가 많이 줄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 수도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 동네서점 살리기…쉽지 않다

정부에서도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 여러 정책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도서정가제는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균등한 가격경쟁을 위해 시행한 정책으로,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책을 할인할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시행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할인율 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가 종이책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매해 동네 서점 50~60곳을 선정해 북콘서트, 낭독회, 독서 모임 등의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서울형 책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지만 이마저도 올해 독서진흥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계속되는 동네서점의 위기와 폐업을 목격하는 시민들의 마음도 좋지 않다.

강북구에 거주 중인 최진영(57) 씨는 단골 동네서점이었던 ‘수유문고‘의 폐업을 떠올리며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고르던 옛 추억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그런 추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네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게끔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동네서점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서점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추억을 지켜나가려는 이유에 대해 박승용 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방문해 주신 손님들께서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하실 때가 있어요. 그리고 다음 방문 때 저에게 책 너무 좋았다고, 추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큰 보람을 느껴요. 물론 요즘에는 힘들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대원서점을 이어 나갈 것 같습니다. 부모님 때부터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저의 추억이자 누군가의 추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