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태균(33)씨는 오늘도 서점에 들러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불안한 기색 없이 돈과 시간을 오롯이 자신에게 투자하며 자기계발 및 문화·취미생활에 열중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다 보니 가족과 집안일에 얽매이지 않아 여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결혼이 내키지 않는다는 신태균씨는 비혼족이 된 이유를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라고 말했다.

비혼을 결정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미혼 남녀의 생각/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

이처럼 결혼보단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하는 이른바 비혼족(非婚族)이 늘고 있다.

비혼족(非婚族)이란,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로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며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비혼족이 독신과 다른 점은 결혼은 안 하지만 연애는 즐긴다는 것.

비혼족이 늘면서 비혼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혼자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는 ‘싱글 웨딩’과 같은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고, 이러한 비혼 문화를 돕는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0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가 진행한 조사에서 ‘평생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적극적인 비혼주의 남성이 10.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비혼에 대한 담론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조사를 보면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미혼남녀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뚜렷이 보인다.

비혼족이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젊은 세대의 비혼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들의 소득이 현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담보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왔다.

하지만 비혼에 대한 담론을 모두 경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직접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일도 ‘나 혼자 산다’

비혼족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20-30대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의 서적가와 카페를 돌아다닌 결과, 각자 다른 이유로 결혼을 포기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남자친구와 교제 중인 김규리(25)씨는 남자친구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려 하면 적당히 화제를 돌리며 피한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고 말한다.

김 씨는 “육아 스트레스, 명절 스트레스, 시댁 스트레스 등 결혼생활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인다” 며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되는데 거기에 아이들 뒷바라지, 집안일까지 동시에 할 자신이 없다” 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결혼보다 연애가 좋다는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 때문에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른들 사이에서 점점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또 다른 비혼족 직장인 박대웅(27)씨는 현재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굳이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있지만, 결혼을 먼저 한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보다는 힘들어 보인다” 며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평일 일을 마친 후 집에 와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즐겨 본다는 그는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충분한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박씨는 "결혼을 포기하면 내가 계획한 대로 내 인생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적어도 아직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직장인 최지훈(28)씨는 아예 결혼이라는 제도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는 “결혼을 하면 이혼 전까지는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건 관계 정리가 간단한 연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며 비혼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나 자신의 이런 선택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것 같다”며 “남의 사생활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한숨만 나온다.” 라고 밝혔다.

비혼족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혼자’ 라는 외로움이 1인 문화 발달과 함께 해소된 점도 비혼족 증가의 주된 요인이다.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4억 건의 비혼족 관련 글 가운데 ‘혼자여서 힘들다’가 2013년까지는 가장 많았지만 2014년부터는 정반대로 ‘혼자라서 좋다’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 소프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혼자라는 단어가 외로움과 직결됐지만 이제는 심리적인 편안함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서울 가구·가족의 모습’ 통계 자료에 따르면  ‘결혼은 선택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난 2006년에는 28.9%에서 2014년에는 41%로 늘었다. 반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10% 줄어든 13.5%에 불과했다. 혼인율 저하는 국가의 장래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주지만, 현실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신한대 언론학과 김효중·배윤희

학생기자  k2je120@naver.com

<저작권자 © 꽃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