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혜정(25ㆍ여) 씨는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정씨를 발견한 직원은 헐레벌떡 뛰어와 “죄송하지만 지금 자리가 없으셔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하며 양해를 구했다. 다른 직원은 음식이 나오자 “스테이크 나오셨습니다”, “따뜻한 물 나오셨습니다”라고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수연(24ㆍ여)씨는 손님을 대할 때 습관처럼 “6천 5백원이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한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태성(21ㆍ남)씨 역시 “그 영화는 매진되셨습니다”, “상영관은 이쪽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자리는 없으시고 커피는 나오셨다. 친절하고 상냥한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우리는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바로 잘못된 사물 존칭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흔한 실수 중 하나다.

　‘-시’는 동사 또는 형용사에 붙여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로 문장의 주체를 높이는 높임법이다. 높임의 주체는 반드시 사람이어야 하고 말하는 사람 보다 윗사람이어야 한다. ‘커피 나오셨습니다’가 아닌 ‘커피 나왔습니다’, ‘해당 제품은 지금 품절이십니다’가 아닌 ‘해당 제품은 지금 품절입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들은 잘못된 사물 존칭을 사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특히 친절과 정성이 중요시되는 서비스 직종에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이씨는 “사물 존칭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식하고 있지만 손님을 대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손님은 왕이라는 명목 하에 무조건적인 서비스 정신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불렀다. 이씨는 “손님에게는 예의와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며 “사물 존칭을 쓰지 않으면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알아도 계속 사물 존칭을 쓰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물 존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의견(55.6%)이 긍정적인 의견(22.4%)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다수가 사물 존칭을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개선의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불필요하게 사물을 높이는 우리 사회가 친절 강박에 병들어 가고 있다. 

임미혜  yyyyyy_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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