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 있다. 흔히 ‘군대’나 ‘부대찌개’를 떠올리는 이곳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많이 듣던 이야기의 시초가 깃들어 있는 장소이다. 이 도시는 바로 의정부시로 조선 역사상 최초로 궁 밖에서 정무가 의논된 곳이다. 그 이름에서부터 역사의 중요 인물과 관련된 의정부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과 연관이 있다.

함흥차사(咸興差使). 좀처럼 일을 떠난 사람이 소식을 전하지 않거나 화답이 오지 않을 때에 쓰는 고사성어로 태조와 태종의 갈등으로 생겨난 고사 성어이다. 신하들의 나라를 꿈꾸는(왕도정치) 정도전으로부터 견제를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소외감을 느낀 이방원이 배다른 동생 방번과 방석을 죽인 이야기는 조선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일대의 사건이다. 정도전에 의해 자신의 사병이 해체될 위기를 겪고 이복동생인 방번에게 세자 자리를 빼앗기고 개국공신 책록에서도 제외되는 등 조선 개국에 큰 공을 쓴 이방원으로서는 최후의 일격이었을 것이다.

이방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이었지만 거의 하루아침에 두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동생들을 죽인 아들을 외면하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함흥으로 간 태조 이성계는 아들이 보낸 사신을 죽이거나 옥에 가두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탄생한 말이 함흥차사(咸興差使)이다.

태종의 마음은 어떠하였는지는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용서를 구하였다고 한다. 이성계에게 새로운 왕조를 개창할 것을 역설한 무학대사 또한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 그 설득 끝에 태조가 머문 것이 바로 의정부이다.

의정부시 고산동에 있는 굴바위 동쪽 위를 칭하는 ‘왕재’는 이성계와 이방원이 재회한 장소로 이성계가 전좌마을에 머물다가 올라와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정부(조선시대 백관의 통솔과 서정을 총괄하던 최고의 행정관청)에 속한 3정승과 그 외의 많은 대신들이 태조와 정무를 논하였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지는 ‘의정부’는 후대의 기록이지만, 조선시대 초기부터 일제강점기 때와 그 이후까지 쭉 사용되었던 지명인만큼 상당히 신빙성 있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병중에 어린 아들의 죽음소식을 접하고 무척 상심하여 왕위를 바로 내놓았을 만큼 태조 이성계는 태종을 아마 평생토록 외면할 예정이었겠지만 그들의 사이가 조금이나마 회복되었던 오래 전의 역사가 의정부에 깃들어있다.

의정부 로데오거리에는 이성계의 동상이 장군다운 기계를 펼치며 서있다. 파국이 회복으로 변한 역사가 바로 여기 의정부에 있다.

홍예지  tendy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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