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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근이세요?"...동네마다 중고거래 활발새 트렌드로 급부상한 'N차 신상' 젊은이들에 인기
  • 정주현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7.02 20:54
  • 조회수 207

 대학생 최모씨(26 서울시 은평구)는 최근 길에서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혹시 당근이세요?” 

 갑자기 사람에게 당근이냐고 묻는 질문에 최씨는 매우 당황했고 대답이 없자 그 사람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최씨에게는 생소한 광경이었지만, 요즘 이러한 모습은 우리 일상 속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N차 신상’. 이 단어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의 상품 구매 트렌드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중고제품은 단순히 남이 사용하던 제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고 재사용하였더라도 나에게 오면 신상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여러 차례(N차)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를 표현한 것을 ‘N차 신상’이라 부른다. 중고거래가 신상품거래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신상 거래' 위협하는 '중고 거래'

정모씨가 중고거래 앱을 통해 만난 거래자와 물품을 직거래 하고 있는 모습이다.

 휴학생 정모씨(21 경기도 구리시)는 매일 들어가 보는 중고거래 앱에서 갖고 싶어하던 레트로 램프를 발견하고 동네 직거래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정씨는 “요즘 중고거래 앱에 저렴하고 좋은 물건이 많이 올라와서 주기적으로 들어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사이트 굿리치에 따르면 2020년 2030세대 10명 중 8명은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  40대, 50대도 중고거래에 긍정적이다. 중고 물품을 구매한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이 60%로 가장 많았고, ‘쉽고 간편해져서’ 라는 응답이 30%로 뒤를 이었다.

 과거 중고품이라고 하면 ‘쓰다가 고장 나서 싸게 내놓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현재는 중고거래가 보편화되었다. 무엇이 중고시장을 확대시킨 것일까?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급성장

 중고거래 이용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앱들이 출시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심에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이 있다.

 약 2,300만명이 회원으로 등록된 중고나라는 2003년 카페를 개설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 중고나라는 2016년 4월 공식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중고나라 모바일 앱은 카페와 연동되어 앱에 판매자가 제품을 올리면, 중고나라 카페에도 업로드 되는 연동 시스템을 구축해 중고거래 효율성을 높였다. 중고나라 앱 출시 2년 만에 월간 이용자와 거래액이 모두 2배가 성장했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누적 중고 거래 규모가 역대 최대 금액인 5조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43% 증가한 수치다. 중고나라에서 중고거래가 많이 되고 있는 지역은 부산 대연동으로 44억이 거래되어 1위를 차지했다. 거래액 35억인 인천 청천동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15년 창립 이래 입소문을 타고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높여 온 ‘당근마켓’은 전국 범위에서 불특정 다수와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중고나라에 비해 '믿을 수 있는' 동네 사람과의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거래 가능 반경을 6km 이내로 제한해 거래 대상자를 '한정'한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다. 구매자는 동네 주민이 올린 매물만 볼 수 있고 반대로 판매자가 올린 매물 역시 동네 사람만 볼 수 있다. 지역 주민끼리 직접 만나 소통하고 거래하는 덕에 사기에 대한 우려도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당근마켓은 지난 2020년 9월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이 어플을 이용할 만큼 사람들의 일상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번개장터’, ‘중고나라’와 함께 치열한 3강체제를 유지해왔다면 올해는 단연 최고로 떠오른 모양새다.

‘N차 신상’의 현주소는?

 중고시장 사이트의 확대와 어플 사용자 수의 급증의 배경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가 진행되면서 집안 물품에 관련한 중고거래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거래 규모가 작았던 실내 인테리어 상품이나 어린이 용품들의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또한 중고 거래를 통해 소소한 재테크로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판매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여유 있는 물건을 팔아 용돈을 벌고, 구매자는 새것 대신 저렴한 중고물품을 찾아 돈을 아끼기 위해 중고거래를 찾기 시작했다. 중고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 후 카페 신규 회원이 55만명이 증가할 만큼 중고시장에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거래자들의 소비 트렌드 역시 중고거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친환경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야 하는 시대인 ‘필환경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상품을 사고 안 쓰면 버리는 반복 행위 대신, 제품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사용함으로써 지구를 지키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치중심의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충분히 사용가능한 물건은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여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서비스와 제도의 보완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중고물품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중고 시장의 확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중고 거래에 택배 서비스가 도입돼 집 앞에 물건을 두면 비대면으로 수거해가는 방식도 거래 활성화를 촉진시킨 요인이다.

‘N차 신상’의 단면

 중고거래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매년 중고거래에서 악용당한 피해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고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 한 20대 여성이 중고거래 플랫폼 앱에 갓난아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20대 남성이 중고물품 거래를 하기 위해 나온 30 대 여성을 찾아가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에서도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안전거래 서비스, 택배 서비스 등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세우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래를 중지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처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고나라는 이런 부작용들을 막기 위해 이용자를 위한 정책 정비에 나서고 있다. 모니터링 팀을 늘리고, AI를 기반으로 한 모니터링 기술을 도입하는 등 투자를 강화했다. 그 결과 모니터링 전담부서인 ‘중고나라 클린센터’에 접수되는 중고물품 거래 피해 건수가 하루 평균 10건 이하로 떨어지는 등 플랫폼 내 거래 안정성이 높아졌다. 이는 중고거래플랫폼의 규모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단순한 거래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은 중고거래’만’하는 커뮤니티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동체의 기능도 하게 됐다. ‘500원에 그림을 그려준다’ 던지 먹다 남은 배달음식을 파는 다소 엉뚱한 글도 올라온다. 또는 중고거래를 하다 같은 지역의 동네 친구가 되기도 하는 등 사람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와 문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정주현 최상현 기자  webmaster@kkobb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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