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을 위한 법을 시행시키기 위해 평생을 힘쓴 인물이 있다. 바로 대동법 확대 실시에 큰 공을 세운 잠곡(潛谷) 김육(金堉)이다. 대동법은 방납의 폐단으로 농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에 농민들이 토지를 이탈하기 시작하자 실시한 세금제도(토지 결수에 따라 공물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한 납세제도)로, 흔히 광해군만의 업적으로 인식되거나 그 시대에 바로 시행되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데 장차 100년이 걸렸으며(숙종, 1708년), 이 법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한 인물의 헌신이 필요했다.

 

잠곡 김육이 이 헌신의 주인공이다. 대동법하면 광해군을 쉬이 연상하게 되지만 사실 김육은 광해군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계축옥사(1613) 당시 광해군의 세력인 대북이 득세하고 있었는데, 김육 그 자신과 스승의 부친은 서인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김육은 결국 자신의 어두운 전망에 지방으로 낙향하는데 그곳이 바로 경기도 가평 잠곡이다(1614).

 

가평에서 직접 밭을 갈구며 김육은 비참한 농민들의 생활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한다. 이 경험이 그가 대동법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당시에는 특산물을 공납하는 수취 제도가 시행되었는데, 공물을 대납하는 과정에서 관리가 농민에게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일(방납의 폐단)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더군다나 ‘특산물’을 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경작하기도 바쁜 농민들한테는 더없는 부담이었다. 이에 유성룡과 이이가 수미법(공납을 미곡으로 바치자는 세제의 한 방법)을 주장했지만 정책으로 실시되지는 못했다.

이 아쉬움을 달랜 법이 대동법이다. 10년간의 농민생활에서 깨달음을 얻은 김육은 인조반정으로 은신의 생활이 끝난 이후 적극적으로 대동법을 확대 실시할 것을 인조에게 주청한다. 하지만 대동법이 국가의 재정을 부족하게 만드는 세법이라는 인식으로 진전이 더디다가, 효종 때가 되어서야 호서‧호남지역에도 대동법이 실시된다. 요즘도 법안이 발의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법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 당시에도 한 법이 전국적으로 실시되기까지는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토지가 없거나 적은 농민들의 부담이 경감되었고 국가의 재정도 증가했다. 호를 기준으로 토산물을 징수하던 제도에서 토지의 결수에 따라 징수하면서 농민의 부담이 준 것이다. 가평 잠곡에서 겪었던 값진 경험을 통해 백성들에게 숨통을 틔워준, 평생을 대동법 실시에 바친 김육의 헌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가평에서의 10년의 세월 동안 민생 안정을 꿈꾼 개혁가 ‘잠곡’ 김육. 그의 정신을 본받아야 할 때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